SK건설 라오스댐 논란, 사회적 가치의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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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라오스댐 논란, 사회적 가치의 첫 시험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5.29 16: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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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랑과 자기반성 없는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성 상실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만 보니까 내 가슴은 텅 비어버렸다. 그때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 이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전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관찰해보니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고,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게 나의 목표가 됐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열린 '소셜밸류 커넥트 2019'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꺼낸 얘기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14일 광복절 특사로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성경책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2년 7개월의 옥중생활 동안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마음을 다스리고자 틈틈이 성경을 읽으며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라는 새로운 철학을 수립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감옥 안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대 초중반부터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인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최 회장의 발언에서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은 김 이사장을 뜻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태원이라는 한 사람의 순정, 그리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회개를 뿌리로 사회적 가치라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것이다. SK그룹의 경영철학이라기보다는, SK라는 회사가 최 회장 개인의 철학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수단이 된 셈이다. 'SK표 사회적 가치'가 아닌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힘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 같은 시대 속에서, 최 회장 스스로 말했듯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먼 지독한 기업인'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건 그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활짝 핀 것과 다름이 없다. 사랑의 마음과 종교적 자기반성의 유기적 결합이 낳은 기적이다.

그러나 장미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바다 건너편에 퍼질 정도로 진하진 않은 것 같다. 최 회장이 소셜밸류 커넥트 2019에서 사회적 가치를 설파하던 날 라오스 정부는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를 SK건설의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로 규정했다. 라오스 국영통신 KPL에 따르면 라오스댐 붕괴와 관련해 라오스 정부가 원인조사를 의뢰한 독립전문가위원회는 댐 일부에서 나타난 누수와 그에 따른 내부 침식·지반 약화로 균형이 무너져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원호파괴 현상이 발생해 붕괴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쉽게 말하면 시공사인 SK건설이 댐을 잘못 만들었다는 의미다. 해당 조사 결과를 인용한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독립전문가위원회가 제시한 사고 원인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자료를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SK건설 측은 "원호파괴가 발생했다면 붕괴사고 전에 대량의 토사가 유출돼야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고, 옵저버로 참여한 한국정부조사단과 원인조사를 수행한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업체들도 독립전문가위원회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기관들의 의견이 상이한 상황이다. 라오스 정부의 원인조사와 검증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진행될 수 있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라오스 정부와 SK건설 간 이견이 상당하기에, 댐 붕괴 원인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피해 보상을 떠안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SK건설의 이 같은 대처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아쉽다. 지난해 7월 라오스댐이 무너지면서 비탄에 빠진 현지 주민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 이재민이 6000명 이상 발생했고, 사망자와 실종자도 각각 40명, 66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자가 1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은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폐허로 변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 대부분은 아직도 라오스 정부나 댐 건설 관계자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혐한 기류가 흐른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라오스 정부의 조사결과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정하는 SK건설의 태도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도, 자신들의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한 자기반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적인 부분을 논외로 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살펴봐도 SK건설의 해명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라오스댐 붕괴 원인조사 결과는 스위스, 캐나다 등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전문가위원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업체들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SK건설의 반박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또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독립전문가위원회가 모종의 이유로 라오스 정부에 치우친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가 되는데, 아무 증거도 없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건 외교적 분쟁을 불러올 소지가 상당해 보인다. 부실시공에 대한 정황적 근거가 있다는 것도 SK건설의 자승자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SK건설이 설계변경까지 감수하면서 이윤과 조기담수 보너스를 챙기려 했다. 과도한 욕심과 법 절차를 무시한 총체적 인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사안은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의 첫 시험대다. 사회적 가치라는 최 회장의 철학이 아직 실체화·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건 SK그룹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울만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라오스댐 붕괴라는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사회적 가치라는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대표적인 사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삼은 SK그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안단속부터 철저히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은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다.

향기가 없다면 꽃이 아니다.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꽃도 향기가 없다면 그저 쓰레기통에 처박힌 장미꽃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사랑과 자기반성이 없는 사회적 가치는 결국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만 보니까 내 가슴은 텅 비어버렸다"는 후회가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의 향기를 라오스에서도 맡을 수 있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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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02:47:23
문재앙 후빨하려고 한 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네ㅋㅋ

김형수 2019-05-29 22:48:37
그만 문 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