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우리나라 현대적 민주선거 역사가 20년을 넘기면서 국회에 입성하는 2·3세 정치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다가오는 21대 총선에서는 더 많은 2·3세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고 있는 2·3세 정치인 수는 자유한국당 8명(김무성·김세연·김종석·이종구·장제원·정우택·정진석·홍문종), 더불어민주당 4명(김영호·김정우·노웅래·이종걸), 바른미래당 3명(김수민·유승민·이혜훈) 등 총 15명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보다 1명 늘어난 수치다. 19대 국회 당시 2·3세 국회의원 수는 새누리당 11명(김무성·김세연·김을동·김태환·유일호·유승민·이상일·이재영·정문헌·정우택·홍문종), 더불어민주당 3명(정호준·노웅래·김성곤) 등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김무성 의원의 부친은 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고, 김세연 의원의 부친은 과거 한나라당 부총재를 역임한 바 있는 5선 의원 김진재 전 의원이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이기도 한 김세연 의원은 아버지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의 부친은 김세배 전 의원이며, 이종구 의원의 부친은 과거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지낸 6선 의원 이중재 전 의원이다. 또한 장제원 의원의 부친은 장성만 전 의원으로 12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역임했으며, 정우택 의원은 5선 의원을 지낸 정운갑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이다. 정진석 의원 역시 6선 의원 출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아들로 널리 알려진 2세 정치인이며, 홍문종 의원은 민정당 소속으로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우준 전 의원의 장남이다.
아울러, 김영호 의원은 6선의 후농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이다. 후농은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김정우 의원의 부친은 김철배 민주당 강원도당 상임고문으로, 김 상임고문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진 못했지만 총 5번의 총선에 출마하고 낙선하면서 쌓은 인맥을 아들에게 남겨줬다. 노웅래 의원은 마포구청장 출신 5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노승환 전 의원의 아들로 아버지의 지역구를 승계한 2세 정치인이다. 이종걸 의원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우당 이회영 선생이며, 작은할아버지는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선생이다.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의 부친은 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현배 도시개발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2016년까지 새누리당 소속으로 충청북도당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유승민 의원의 아버지는 대구 중구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며, 이혜훈 의원의 경우 과거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김태호 전 의원의 며느리로 사실상 2세 정치인이다.
지난 19대 국회, 그리고 20대 국회에 입성한 2·3세 대부분은 1세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정치인들이다. 당내 인맥과 지역 내 조직 운용이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판인 만큼, 최소한 초선이나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자신의 역량이나 노력보다는 1세가 남긴 유산을 발판으로 정계에 입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불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선, 2·3세 정치인들은 공천부터 받기 수월하다. 일단 공천을 받아야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는 건데, 이들은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개인의 전문성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결여됐다고 봐야 한다"며 "정치 신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공정한 처사다. 세습 정치인에 대해 별도의 평가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건 대의민주주의를 우롱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내년 총선에는 더 많은 2·3세 정치인들이 출마할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장을 지낸 후 총선에 불출마하는 게 여의도의 불문율임을 감안하면, 이는 정치 세습을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씨가 문 의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역임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정부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문 의장이 문씨 문제로 조율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의 아들 서동익씨의 이름도 거론된다. 현재 한국당을 탈당한 상태인 서 의원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씨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는 건 그가 2013년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난 20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지역구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다만, 2017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일형 전 신민당 부총재의 손자이자, 정대철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치인 3세 정호준 전 의원도 21대 총선에서 국회 재입성을 노릴 전망이다. 또한 전남 목포 출마설이 돌고 있는 DJ 3남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서구권에서도 정치인의 세습은 어느 정도 용인돼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하던 일을 자녀들이 그대로 물려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혐오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2·3세 정치인들의 출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일하지 않는 국회가 만든 결과다. 결국 정치인들의 자승자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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