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건 없이 모든 국회 상임위에 복귀하기로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은 오늘부로 (모든 국회) 상임위원회에 조건 없이 등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회는 84일 만에 사실상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한 가지 고민거리를 얻었다.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등 계파 갈등에 숨겨져 있던 ‘지역 갈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외투쟁으로 인해 표면화된 수도권 대 TK(대구·경북) 구도가 향후 대여(對與) 투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당 내에서는 지난달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 마무리와 동시에 투쟁 방식에 대한 이견(異見)이 표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과 TK 의원들의 입장 차가 컸다. TK 쪽 의원들은 강력한 원외(院外) 투쟁 방식이 보수 결집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당 관계자는 “TK는 좀 강하게 문재인 정부를 몰아붙여야 ‘일 잘한다’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설 전후로 (TK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오차 범위 안이었는데, 지금은 20%포인트 가까이 앞선다. 투쟁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효과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은 강경 일변도의 투쟁 방식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구민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보수를 지지하시는 분들도 ‘한국당은 도대체 왜 그러냐’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이런 분위기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회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것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모르긴 몰라도 나 원내대표의 합의안에 동의했던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국당이 TK 중심이고 수적으로도 TK 의원들이 많아서 다른 분들은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 같은 방식은 TK 의원들에게나 유리하지 중도층을 잡는 게 중요한 수도권이나 PK 쪽 의원들은 불리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설 연휴 직전인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수행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33.0%였던 TK의 한국당 지지율은, 그러나 T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해 27일 발표한 조사에서 45.6%까지 상승했다. 무려 12.6%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서울 25.3%, 경기·인천 23.5%였던 지지율이 각각 28.1%, 27.4%로 2~3%포인트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당 정당지지율이 3.5%포인트(25.7%→ 29.2%)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TK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의 생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황교안 대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면 수도권과 PK 의원들에게서는 당연히 반발이 나올 것이다. 황 대표가 이 역학관계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또 다른 당내 분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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