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프리덤하우스 자료, 대한민국 ‘자유국’ 분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저는 문재인 정권이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이 아닌, 이 정권의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 부합한다.”
지난 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신독재를 경계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한국당 지도부가 주장해왔던 ‘좌파 독재’의 연장선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이번에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말한 ‘신독재’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와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신독재란 무엇이며, 정말 문재인 정부를 신독재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신독재란 무엇인가
우선 신독재라는 개념은 지난해 6월 14일 이코노미스트 기사인 ‘After decades of triumph, democracy is losing ground’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독재자들(new autocrats)의 공통된 특성을 뽑아내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과정을 네 가지 단계로 설명했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 과정은 △위기가 발생하고, 위기 극복을 약속하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하며(a crisis occurs and voters back a charismatic leader who promises to save them) △이 리더는 적을 규정하고(this leader finds enemies) △독립기관을 방해하면서(he nobbles independent institutions that might get in his way) △최종적으로는 법을 바꾼다(he changes the rules to make it harder for voters to dislodge him)는 것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과정을 문재인 정부의 행동 양상과 등치시켰습니다. △최악의 정치 혼란기에 출범한 문재인 정권(1단계) △대통령을 비판하면 독재, 기득권, 적폐로 몰아간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노 여론을 자극하면 좌편향 언론과 극렬 세력의 돌팔매질이 시작된다(2단계) △대법원, 헌법재판소, 착착 접수해가고 있다(3단계) △제1야당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한 선거법을 여야 합의도 없이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인다(4단계)는 발언은 문재인 정부 행태가 신독재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신독재일까
다만 나 원내대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이코노미스트가 말한 위기는 경제적 위기입니다. 이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2007-08 금융위기 이후,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since the financial crisis of 2007-08, democracy has regressed)”고 명시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가 ‘정치적 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등장을 ‘신독재 1단계’와 연결시키기는 무리가 있죠. 이코노미스트 기사 역시 금융위기 여파로 등장한 헝가리의 피데스(Fidesz)를 대표적 사례로 언급합니다.
무엇보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자유국’으로 분류됐습니다. 프리덤하우스의 자유 지수는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 시민의 자유(Civil Liberties)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점수화한 것인데요. 여기서 80점 이상을 받은 국가가 자유국에 해당합니다. 즉,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이코노미스트의 근거 자료가 프리덤하우스 자유지수고, 프리덤하우스 자유지수는 대한민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 원내대표의 신독재 주장은 논리적으로 다소 모순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신독재를 향해 가고 있다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팩트(fact)라기보다 일종의 정치적 레토릭(rhetoric)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