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충남 당진/장대한 기자]
대기오염 이슈가 철강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 당사자인 현대제철이 대기오염 주범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당진제철소 내 신규 환경 설비를 구축·가동함으로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확연히 줄어들어드는 성과를 내세워서다. 이를 통해 지역과의 상생은 물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뤄가겠다는 목표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9일 당진제철소에 기자들을 초청, 미디어 대상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행사 당일만 하더라도 현대제철은 고로 브리더 임의개방에 따른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현장 역시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행사에 참석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최근 환경 이슈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제철소 내 소결 공장에 신규 환경설비를 구축했다는 자랑거리를 내세우기도 전에 당장 넘어야 할 파고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현대제철 측의 조업정지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는 점에서, 환경 관리에 대한 노력들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날 현대제철이 소개한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SGTS)는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주요 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설비로, 그 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매층을 다단으로 구성해 기존 설비 대비 정화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제철소 소결공장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 원료가 고로에서 잘 녹을 수 있도록,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덩어리 모양의 소결광으로 만드는 공정을 담당한다. 이 때 발생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제철소 전체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만큼 환경 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현대제철도 기존 소결로 내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신규 설비로 바꾸고자 지난 2017년부터 투자를 진행해 왔다. 그 결실은 21개월의 공사를 거친 끝에 지난 5월 28일 1소결 SGTS의 첫 가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13일에는 2소결 SGTS이 정상 가동되면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현행 대비 20~25% 수준으로까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현대제철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 설비와 5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신규 설비 모두 전기집진기와 백필터를 통해 먼지를 모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신규 설비의 오염물질 제거가 효과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촉매제를 바꾼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설비가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활성탄(숯)만을 사용했다면 신규설비는 베이킹 파우더로 불리는 중탄산나트륨을 활용해 황산화물을, 오산화바나듐을 촉매로 투입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한다.
이러한 대기오염 물질 저감 효과는 소결공장의 중앙통제실 역할을 하는 환경상황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커다란 모니터들은 각기 1·2소결 SGTS 외부를 비추고 있었고, 한쪽 켠에 자리잡은 전광판에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실시간 현황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현 배출허용 기준은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모두 200ppm인데, 상황판에는 각각 30, 35ppm 수준 내에서 오르내렸다. 2020년부터 강화되는 충남도 조례 기준인 84ppm, 105ppm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양이었다.
소결공장에서 만난 서병권 소결제조부서장은 "개선 전의 기존 설비에서는 질소산화물을 40% 밖에 제거하지 못했는데, 신규 설비 가동으로 배출물질이 현저히 적어져 대기오염 물질 배출 사업장 1위 오명도 벗을 수 있게 됐다"며 "또한 신규설비에서는 가동 문제나 촉매제 등의 약품을 적게 쓸 때도 최고치가 40ppm으로 나와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추켜세웠다.
해당 데이터들은 현대제철 내부 뿐 만아니라 한국환경공단에도 실시간으로 전송, 즉각적인 조치도 가능하다. 이는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여 지역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제철은 지역 주민과 행정단체 관계자들을 당진제철소로 초청해 이를 검증하는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규설비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한 이승희 현대제철 부장은 "3소결 SGTS가 가동되는 2021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지난해 2만3292톤에서 1만 톤 이하로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해 전국 주요 사업장 배출량 1위라는 오명을 벗고 10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동시에, 강화되고 있는 대기보전법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은 비단 신규 청정설비에서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제철소 설계 단계부터 원료의 하역, 이동, 보관 등 비산 먼지가 발생하는 주요 과정들을 밀폐형으로 구축한 덕분에 여타 개방 형태의 노후 제철소들과 비교해 그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두에 입항한 원료 운반선들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꺼낼 때부터 밀폐형 구조의 하역 설비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진제철소에 설치된 밀폐형 컨베이어 벨트만 해도 총 100km의 길이에 달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운반된 원료들을 보관하는 설비도 돔 형태로 지어져 있는 등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돔 타입 저장설비는 총 7기가 마련돼 있으며, 이날 둘러본 저장설비는 높이 60m에 직경 110m의 크기를 지랑했다. 잠실 야구장의 길이가 타석에서 홈런 펜스까지 120m임을 감안하면 관중석없는 야구장을 떠올리면 된다. 돔 형태의 저장설비는 양쪽으로 산 모양의 적취가 가능한데다, 벽에 기대어 쌓기 때문에 최대 32m까지 쌓을 수 있어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현대제철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진제철소는 밀폐형 원료시설 및 자원순환형 생산구조를 구축해 출범부터 지역사회와 국민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며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소결 배가스 신규 설비를 비롯해 향후 환경 관리와 미세먼지 저감에 최선을 다해 최고 수준의 친환경제철소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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