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은 중년·화이트칼라·상층
生 탈출 못하는 자를 위한 정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괴리 속에 산다. 누군가는 원하던 대학교와는 다른 낮은 대학에서, 또 누군가는 어릴 적 꿈과는 다른 직장생활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꿈꾸던 이상형과는 다른 상대와의 연애 혹은 결혼생활에서 괴리를 느끼며 살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괴리 속에 사는 정당이 있다. 바로 정의당이다.
정의당 강령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비정규직의 정당 △꿈꾸는 현실주의자들의 정당 △민주주의자들의 정당 등으로 정의당을 소개했다. 그중 비정규직의 정당이란 구절 다음에는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청년 구직자와 같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를 대표하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특정 타깃(target)층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정의당이 우선적으로 대변하려는 특정 계층과는 달리, 정의당을 지지하는 계층은 사뭇 다른 양태(樣態)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7월 16일에서 18일까지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정의당은 연령별로 19-29세보다는 40대, 직업별로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 생활수준별로 하층보다는 상/중상층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함께 가려는 계층과 정의당‘과’ 함께 가려는 계층
“수많은 보통 시민,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자영업자, 장애인, 이름 없는 6411번 버스 승객들, 이분들과 두 손 꼭 잡고 차별 없는 세상과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것이 노회찬의 꿈이고 정의당의 길이다.”
- 정의당 심상정 당대표의 23일 노회찬 전 의원 1주기 기자회견 中
13일에 열린 정의당 제5기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부대표 후보 7명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을 받은 박예휘 후보자가 당선됐다. 이는 ‘부대표 후보자의 득표순위 결과 부대표 3인 중 만 35세 이하의 청년 후보가 없을 경우, 만 35세 이하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를 하위 순위자와 교체하여 청년부대표를 선출한다’는 당규 제4호 제2조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전국위원 및 대의원을 선출할 때도 장애인과 여성을 포함해 청년에게도 후보자 할당을 줬다. 하지만 이러한 청년에 대한 정의당의 노력과는 달리, 연령별로 40대 지지율 19%로 19-29세의 4% 지지율에 비해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또한 정의당은 ‘노동의 희망’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정의당의 상징인 노란색 브이(V) 모양은 노동(Labor)와 자유(Liberty)의 L에서 영감을 받아 체크 모양으로 확장된 형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당을 내세운 정의당의 지지층은 다름 아닌 11%의 지지를 보낸 화이트칼라였다.
물론 화이트칼라도 임금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라고 볼 수 있지만, 정의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노동자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름 없는 6411번 버스 승객들로, 블루칼라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수준에 있어서도 상/중상층이 12%로, 하층 지지율 5%에 비해 더 높았다. 4·3 창원성산 재·보궐선거 때 당시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정의당 김가영 청년 부대변인이자 당 여성위원회 차장은 지난 6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에 표가 나온 지역은 의외로 경제적 수준이 좋은 곳이었다는 점이 특이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生)에서 탈출할 수 없는 자들을 위한 정치
당이 대변하겠다고 언급한 적 없는 계층에서 당에게 지지를 보내고, 당이 대변하겠다고 말한 계층에서 도리어 등을 돌리는 현상은 왜 발생한 걸까? 정의당의 청년 부대변인들은 정의당이 내세우는 노동의 가치가 청년에겐 다소 동떨어진 가치라는 점을 들었다.
김지수 청년부대변인은 지난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기개발에 매몰된 20대들의 일상이 정의당이 내세우는 노동의 가치에 공감을 못하게끔 한다”고, 김가영 청년 부대변인은 지난 21일 “청년 세대를 봤을 때 노동은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의당이 직업별로 화이트칼라에게, 생활수준별로 상층 혹은 중상층에게 지지를 받는 현상은 경제적 측면과 맞닿아 있다.
본인이 속한 집단에게 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계급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에게 투표하는 현상을 ‘계급배반투표’라 한다. 실제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학력 수준이 낮은 계층이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에, 반대로 재산이 많고 학력 수준이 높은 계층이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사례가 등장한다.
이와 관련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교수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는다”며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허위의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가영 청년 부대변인은 이를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생에서 탈출해야 정치영역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우리가(정의당) 대변해야 하는 대다수는 그곳에서 탈출 할 수가 없다”며 “나아지지 않는 삶에서 변화를 가져 오려면, 생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역설이 있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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