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 위해서는…인재영입·신사업 안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해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그룹이 올해에는 두산건설의 괄목상대로 미소를 짓는 모양새다. 다만, 완벽한 반등을 위해서는 현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추진 중인 신사업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2019년 상반기 연결기준(잠정) 매출 9조6070억 원, 영업이익 81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1%, 영업이익은 2.8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13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445억 원으로 88.00% 뛰었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삼성, LG, SK 등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들 대부분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이 이처럼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된 배경에는 두산건설의 분골쇄신이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해 ㈜두산은 매출 18조1722억 원, 영업이익 1조2159억 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7.4%, 4.1% 증가하며 표면적으로는 선방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기순손실 3450억 원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이는 두산건설발(發) 대규모 손실 여파로 인해 발생한 적자전환이었다.
당시 두산건설은 영업손실 522억 원, 당기순손실 551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산건설 측은 "건설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 물량의 착공 지연과 분양형 사업의 미수채권 조기 회수, 미분양 관련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선제적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다"며 일회성 비용에 따른 어닝 쇼크였다고 설명했으나,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두산건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17년 194.7%에서 2018년 552.5%로 대폭 상승해 그룹 재무건전성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실적 회복을 위한 유상증자 추진 시 두산그룹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2019년 상반기 연결기준(잠정) 두산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673억 원, 2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3%, 3.27%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2분기 기준 8억7200만 원으로 집계, 2014년 4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취약점이었던 부채비율도 전분기 대비 352%p 개선됐으며, 순차입금 역시 전분기보다 38.52% 줄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자금 수혈, 4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그리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얻게 된 성과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두산건설의 부활이 두산그룹 전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두산은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별도기준으로는 오히려 10.2% 감소했다. 두산건설의 괄목상대가 없었다면 ㈜두산의 상반기 실적이 신통치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건설의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이번 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상반기에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때문에 웃었지만 하반기에도 실적을 유지하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사람이 미래다'라는 과거 그룹 슬로건에 걸맞은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수년 간 단기·장기차입금 증가와 계열사 대규모 손실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로 개선시킨 실정인 만큼, 인적 자원 보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건설의 지난 3월 기준 직원 수는 2018년 말 대비 10.69% 줄었고,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의 직원 수도 6.05% 감소했다.
또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연료전지, 소재사업의 안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두산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소재 사업부문과 국내 연료전지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키로 결정했다. 분할을 통해 설립되는 신설법인은 두산솔루스(소재)와 두산퓨얼셀(연료전지)이다. 두 회사의 분할기일은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두산그룹은 "연료전지와 소재사업 분야는 최근 시장 상황과 전망을 볼 때 빠른 성장이 예상돼 공격적인 경영을 통한 시장 선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소재사업은 신사업 시장 선점에 앞서 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 인적분할을 통해 상장해 투자금이 몰리면 두산그룹의 유동성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라며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언제라도 또다시 계열사발(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적분할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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