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대일 키워드, ‘미래’… 한일 관계보단 국내 경제 초점
박근혜의 대일 키워드, ‘동북아’… 동북아 경제·안보 협력 강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됐던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정상 근무할 것을 밝혔다. 여기에는 최근 한국이 일본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당한 ‘한일 무역 갈등’ 상황이 얽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던 7월 초,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히 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일본에) 던질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3·1절 기념사가 그랬듯 아마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발언 수위가 세지 않겠느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도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하며 “지금도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빨갱이’와 ‘색깔론’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역대 정권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어떤 대일(對日) 메시지를 남겼을까. 〈시사오늘〉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최근 세 대통령들의 8·15 광복절 기념사 전문을 분석해, 그들의 ‘대일 키워드’를 비교해 봤다.
대일 메시지로 노 전 대통령은 ‘친일 및 과거사 청산’을, 이 전 대통령은 ‘한·일 경제의 미래’를, 박 전 대통령은 ‘동북아 협력을 통한 북핵 해결’을 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관계에서 진보 출신 대통령은 과거를 강조한 반면, 보수 출신 대통령은 미래를 강조한 모양새다.
◇ 노무현의 대일 키워드, ‘친일’과 ‘전쟁’… 친일·日우익 직접 비판
분석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세 대통령 중 일본의 침략과 친일 행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비판한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경축사에서 약 586개의 일본 관련 키워드 중 ‘역사(14회)’ 다음으로 ‘친일(7회)’, ‘진상규명(5회)’ 등을 강조했다.
2005년 연설에서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과거사정리기본법을 통한 친일 잔재 청산을 주장했다. 일본과 관련된 최다(最多) 언급 단어 역시 ‘법(9회)’과 ‘친일(7회)’이었으며, ‘역사(7회)’, ‘진상(6회)’, ‘과거사(4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2006년 경축사에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독도· 역사교과서·야스쿠니 신사 참배·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약 140개의 단어들 중, 그의 핵심 키워드는 ‘2차대전’을 포함한 ‘전쟁(5회)’과 ‘헌법(3회)’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일본을 향해 “동북아에는 지금도 불안한 패권주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며 “일본의 헌법 개정 논의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잇단 우경화 움직임을 꼬집은 바 있다.
◇ 이명박의 대일 키워드, ‘미래’… 한일 관계보단 국내 경제 초점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가 내세웠던 ‘경제 대통령’ 이미지답게,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내외 경제 및 수출 상황만 강조할 뿐 대일 메시지에 주력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를 언급한 부분은 다 합쳐도 채 한 문단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무(全無)한 수준이다.
2009년 연설에서 한일 관계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으며, 2011년과 2010년 경축사 모두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통한 한일 관계의 밝은 ‘미래(3회)’를 가장 많이 제시했다.
임기 마지막 2012년 연설에선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며 ‘동북아(2회)’의 ‘미래(2회)’를 같은 회수로 강조했다.
◇ 박근혜의 대일 키워드, ‘동북아’… 동북아 경제·안보 협력 강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를 통해 일본에게 ‘동북아 동맹’을 강조해왔다. 한일 동맹 관계를 키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대일 키워드는 일본 관련 부분 총 233개의 단어 중 ‘동북아(8회)’였다.
그는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이지만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있다면 동북아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강조했다.
2014년 기념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강조하며 미래지향적이고 우호적인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당시 일본 관련 최빈(最頻) 키워드 또한 총 362개 단어 중에서 ‘동북아(5회)’가 차지했으며, ‘원자력(4회)’이 그 뒤를 이었다.
2015년 연설문 역시 약 215개의 단어 중 의미 있는 키워드는 ‘역사(5회)’, ‘동북아(2회)’, ‘위안부(2회)’ 순으로 집계됐다. 마지막 연설이었던 2016년은 일본 관련 언급이 가장 적었으며, 그나마도 ‘동북아(2회)’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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