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이미지출처= Getty Image Bank)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인류 역사는 닫힌사회와 열린사회 간 투쟁의 역사”라며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 열린사회로 가는 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포퍼는 또 열린사회를 ‘개인주의를 존중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이 보장되는 사회’로 정의했습니다.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사회만이 인류의 존속과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벌어진 한일(韓日) 간 갈등의 양상을 보고 있자면, 과연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일본을 성토하는 목소리에서부터, 일본의 보복 조치가 예상됐음에도 이렇다 할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문제는 이런 다양한 의견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입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한일전에서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친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다른 입장을 내놓는 야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을 ‘친일파’로 낙인찍어버린 겁니다.
특정 사안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아니, 달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사건을 다방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으며, ‘통상적인 시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답 하나만을 ‘정답’으로 규정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답을 모두 오답 처리하는 것으로 모자라 ‘오답자’를 모두 친일파로 몰아붙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오랜 기간 북한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을 ‘종북’으로 낙인찍고 대화의 여지를 차단해버렸던 역사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기보다는 누구든지 의견을 표출하고 모두가 토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부여당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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