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후 일본 금융 회수 전망은 낮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국제 패권 전쟁, 외교 신경전이 상당하다.
‘트럼프’ ‘아베’의 외교적 특징을 살피고
우리 정부의 외교, 대응방안을 고민한다.
일본의 자민당 정부, 아베 신조 내각의 특징 중 하나는 ‘갈수록 우경화’에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기 내각 때는 그러지 않았다는 데 있다. 친한 인사라고 불릴 만큼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노무현 참여정부였다. 이 시기 방한한 아베 총리는 자국의 역대 총리와 달리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해 호평을 받았다. 과거사 문제에도 한국과의 공조 속에서 해결하겠다는 반성적 태도를 견지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잇따른 악재로 인한 자민당의 패배, 병환으로 인한 공백 기간을 거쳐 2기 내각 이후부터 갈수록 짙은 우경화로 가파른 변화를 꾀하게 된다.
2013년 아베 정부 2기의 외교적 특징을 연구한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센터장의 자료에 따르면 “제2차 아베 총리 내각은 제1차 때 친구 내각이라는 오명에서 이제는 우향우 내각으로 탈바꿈했다”고 나와 있다.
해당 배경에 대해 진 센터장은 “아베 총리 정권하에서 우경화가 노골적으로 나타난 배경에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일본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자신감을 상실한 일본 국민의 중국 부상에 따른 위기의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자민당은 일본 국민의 불만과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우경화를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대일 강경론도 아베 내각의 우경화를 부채질한 요소로 보여지고 있다. 진 센터장은 “특히 자민당은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서 뺨맞고 무시당하는 것에 주목했다”며 “이는 (일본 내 전 정권인)민주당 정권이 아시아에 배려를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참고로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동아시아 공동체 지향 속 균형 외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반해 자민당의 정부 외교는 “미일 관계만 좋으면 아시아가 불편해도 문제없다는 식”의 행보를 펼쳤다고 진 센터장은 설명했다.
어찌 됐든 우리나라의 대일 강경노선이 아베와 자민당을 자극한 것으로 가늠되고 있다. 2기 내각에 앞서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무렵 MB(이명박)는 일본 천황 사죄 요구, 독도 시범 비행 등에 적극 나서며 일본에 강경 대응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상식도 예의도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우향우 깜빡이를 켜갔다.
아베 총리의 외교 정책 역시 “미일동맹의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면서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조정하겠다”로 바뀌었다. 그에 대한 공약을 살펴보면 “첫째 미일 동맹 강화를 토대로 국익을 지키고 주장하는 외교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둘째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에 국방군의 위치를 부여한다” 등이었다.
그는 2기 내각 이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도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해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 하겠다”고 시사했다. 이처럼 일련의 이유로 우경화 기치를 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4차 내각 출범, 각종 선거에서 연승, 올해 참의원 과반 의석 확보 등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아베 총리의 한국 때리기는 더욱 짙어질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현재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을 명목으로 일본은 경제 보복 공세 속 한일 갈등 심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먼저 아베 정부는 지난달 한국을 상대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수출을 규제했다.
2일은 화이트 리스트 제외 여부의 우려가 현실화 됐다. 이날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주요 각료들과 만나 안보상 우방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영국 등 27개 국가에서 우리만 배제가 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자료를 통해 “이로써 화학약품, 전자부품, 공작기계, 차량용 전지,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 통신기기 등 전략물자로 분류될 수 있는 다수 품목에 추가 수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관련 대상 품목들은 1100여 개로, 반도체 소재 및 석유 화학 제품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이번 조치가 일본 국왕의 공포 시행을 거쳐 실제 실행된다면 사실상 한국이 일본 우방국 간의 블랙리스트로 지목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강경책이 한층 가열할 경우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한국 내 일본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여부, 금융 보복 문제다.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강태수 김효상 양다영 강은정 김유리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및 파급영향 점검’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일본계 은행의 대한국 자산 규모는 563억 달러이다. 이 중 1년 이내 단기 국내 자산은 114억 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금융 보복이 현실화 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로 인해 외국인 자본유출이 촉발된 사례”가 있다. 때문에 “일본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에 더해 일본계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보보 가능성 우려도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원은 현 상황에 볼 때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연구원은 그 이유로 “일본의 보복조치 발동 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상호연계성이 강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 및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일본계 은행이 자금 회수를 실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자금 유출이 된다 해도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우리나라의 일본 자금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단기외채 규모 감소로 외채구조가 장기화되는 등 외환건전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연구원은 “일본정부가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 행정조치를 통해 압박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이에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기관 등이 연계해 일본계 은행을 포함한 외국계 은행의 자금흐름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기정 서울대일본경제연구소 교수도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후 다음 행보에 대한 전망 관련 “빠른 조치가 나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러 곤란한 상황을 만들겠지만, 당분간 (금융보복 등) 특별한 조치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일본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가는 기간 동안 우리 정부는 자국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원칙과 현실성의 투트랙 외교 노력을 기울여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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