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사업인 '한남 제3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한남3구역)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역 일각에서는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 GS건설은 한남3구역 단지명을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로 정하고 수주전에 본격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 '자이'와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의미하는 '헤리티지'를 합친 단지명으로, 한남3구역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100년 주거문화 유산'을 짓겠다는 각오를 담았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GS건설은 오는 1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설계안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은 수주전에 뛰어든 업체 중 가장 먼저 1500억 원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완납하며 조합원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문제로 한남3구역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이라는 양보 불가한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포석을 두는 차원에서 한남3구역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림산업은 지난달 20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체결금액은 은행 별로 7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자 준비했다는 게 대림산업의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 조합 내에서 컨소시엄(공동도급) 입찰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을 당시 건설사 중 가장 먼저 단독시공 계획을 밝히면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너 나 가릴 것 없이 선제적으로 총력을 펼치는 이유는 사업의 규모와 상징성 때문이다.
한남3구역 사업은 38만6395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총 5816가구(임대아파트 876가구 포함)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예정가격)는 1조8880억 원에 이른다. 대규모 사업인 데다, 이를 수주할 시 한남뉴타운2·4·5구역, 압구정3구역 등 향후 진행될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왔다.
특히 국내 경기침체와 해외 수주환경 악화로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미래 먹거리 확보와 실적 안정 차원에서도 각 업체들이 한남3구역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지역과 조합 내에서는 건설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시공사 입찰 마감(오는 18일)이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업체 간 흑색선전과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최근 '재건축 사기극 현대건설', '묻지마 수주 대림산업', 'GS건설의 꼼수' 등 각 건설사들에 대한 비방 내용이 담긴 홍보물들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바른사업추진회'라는 불분명한 단체가 보낸 유인물도 지역에 살포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특정 건설사와 몇몇 조합 대의원 간 유착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한 한남3구역 조합원은 "컨소시엄 문제부터 건설사와의 유착 의혹까지 대두된 기존 조합 지도부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와 총회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지나친 경쟁이 전체 사업 분위기를 흐리고 조합원 간 갈등까지 조장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길 바란다. 행여 문제가 불거져 관계당국에서 집중 단속하기 시작하면 업체들이나 조합원이나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남3구역 시공사는 오는 11월 1차 합동 설명회를 거쳐, 오는 12월 개최되는 조합원 총회에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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