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애경그룹이 시장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처럼 무모하다는 지적부터 자금 마련 및 아시아나 부채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지만,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워낸 저력을 갖춘 만큼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것.
이에 애경은 세간의 우려에 정면으로 맞서며, 확고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FI(재무적 투자자) 스톤브릿지캐피탈와 손을 잡아 인수전 완주 의지를 밝힌 데다, 그간의 검증된 항공 경영능력을 발판삼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겠다는 목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대 2조 원 평가받는 아시아나…애경, “실탄 마련 문제없다”
우선 애경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배경에는 애경이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시장의 근본적 의문에서 비롯된다.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는 아시아나를 인수하려면 기존 애경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 외에도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금과 인수금융 마련이 선결돼야 해서다.
현재 애경은 지주사인 에이케이(AK)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통해 자체적으로 5000억 원 가량의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애경은 1조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스톤브릿지캐피탈의 실탄 지원과 더불어 인수금융 마련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애경은 FI의 외형적 규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항공업황 악화에도 장기적 사업 전망을 공유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례로 스톤브릿지는 지난 2017년 애경산업 지분 10%를 투자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번 투자 역시 당장의 수익률 내기에 급급하기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애경이 목표로 하는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오는 7일로 다가온 본입찰에서 경쟁 인수 후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자금력 측면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HDC는 1조 원이 훌쩍 넘는 자체 보유현금 외 회사채 5000억 원을 발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DC가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간 영위해 온 사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항공업에 해당 자금을 모두 쏟아붓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건설사들이 자금 축적을 통해 대규모 개발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이번 아시아나 인수가 기존 제주항공을 운영 중인 애경과는 달리 HDC의 본원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항공 운영 경험도 ‘한 수 위’…아시아나 경영정상화 자신
애경이 HDC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항공사업 운영 능력을 이미 갖췄다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애경이 지난 2005년 설립한 제주항공은 LCC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데다, 40대 이상의 단일 기재를 운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항공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능력은 최근 5년간 실적 추이를 통해서도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2014년 5100억 원 수준에서 매년 25% 가량의 성장을 지속해 2018년 1조2600억 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295억 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며 2018년 1012억 원 수준으로 3배 이상 뛰는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애경은 안정 궤도에 오른 항공사업 능력을 발판 삼아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 인수 시 당장 국내선, 국제선 모두에서 5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기존 인프라와 노선 조정을 통한 중복 비용 해소 등의 운영 효율 제고로 빠른 시일 내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사 운영경험이 없는 HDC가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여론마저 형성되고 있다. 이종업계 회사가 항공사를 인수한 전례가 전무하다는 약점 뿐 아니라 기존 아시아나 운영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경영정성화를 위한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HDC가 주목하는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마저 그 성과를 내다보기 어려워, 아시아나의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면서까지 항공사업에 진출한다는 데 대한 회의론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진정성 피력나선 애경…항공업 전면 내세워 그룹 발전 이끈다
물론 업계는 아시아나 본입찰이 진행되기도 전인 만큼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막판 새로운 인수 후보의 등장을 배제할 수 없고, 2파전으로 치닫고 있는 후보들 간의 눈치 싸움도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경 역시 남은 기간 인수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인수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대형항공사의 노하우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 참여라는 의혹을 받아온 것은 물론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과도 무관치 않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항공업을 향후 그룹의 발전방향으로 삼아 지속 성장시켜왔고, 아시아나 인수도 같은 맥락"이라며 "얕은 의도로 인수에 나섰다면 이후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운영을 이루고 있는 만큼, 다른 회사의 노하우에 급급할 상황도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기업인 애경이 큰기업인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아시아나 구성원들의 심정적 문제는 인수 이후 애경이 더욱 노력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단일 기종, 단거리에 한정된 노선 운영 등에 따른 확장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명실상부한 항공업 중심 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경은 아시아나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주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애경그룹의 성공적인 지주사 체제 전환과 종속회사들의 책임경영은 지속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특히 제주항공의 성공으로 대변되는 애경의 항공 경영 노하우는 위기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본 궤도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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