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정치란 일하는 정치…중도는 기계적 중립 아니야”
“옳은 게 옳고, 틀린 게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의 주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청년’을 위한 정책과 공천, 인재 영입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은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말하고, 정치인이 경청하는 자리는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간 청년에게 정치인과 함께 할 2시간이 주어지면, 1시간 59분은 정치인 혼자 말을 했고, 단 1분만 청년의 질문을 들었다고 했다.
청년이 말한 ‘이 자리’는 31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마련한 정민당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2012년 청년 멘토로 불리며 신드롬(syndrome)을 불러 일으켰던 안 전 대표는, 8년이 지난 2020년에도 가장 먼저 청년을 찾았다.
이날 오전 안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민당은) 진영논리의 구태 정치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지금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이라며 “진영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불공정과 불합리에 저항하는 청년의 기개를 보고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정민당은 올해 새해 창당한 정당으로, 당원 가입자의 90% 이상이 20~30대 청년으로 이뤄졌다. 특히 정민당 김근태 대변인은 지난 8월 조국 사태 당시 서울대 촛불집회를 주도했으며, 김태일 전 자유한국당 중앙대학생위원장이 탈당 후 정민당 창당준비위원으로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 전 대표를 포함해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김삼화 의원 △신용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정민당에서는 △김수현 대표 △김근태 대변인 △서정민 사무총장 △김태일 창당준비위원 △김민희 준비위원 △이운규 위원 △주일경 위원 △이명준 위원 등이 참석했다.
#1. 2012년 안철수와 2020년 안철수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나?”
“그때보다 간절해…당하지 않을 자신있어”
가장 먼저 쟁점이 된 것은 안 전 대표의 방향성이었다.
김 대변인은 안 전 대표의 당시 대선 공약을 비교하며 “상당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향성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며 “이 공약을 2년 동안 실천한 결과 명백히 퇴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 전 대표님은 지난 시간 추구하던 방향성과 비교했을 때 뭐가 달라졌나”고 질문했다.
안 전 대표는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간절해졌다”며 “지금 정치에 나오면 어렵다는 건 소용없다. 영원히 사라질지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의 방향을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한 2017년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은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국민들도 한 번 경험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변화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며 “그때 변화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전 시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앞에 어떤 파국이 놓여 있을지 암담해 귀국했다”고 밝혔다.
#2. 중도란 무엇인가
“확고한 기준 없다면, 중도는 기계적 중립‧우유부단”
“기득권 정치의 논리…실용 정치란 일하는 정치”
또한 김 대변인은 “더 이상 중도란 좌우,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며 “방향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서지 않았다면 중도는 기계적 중립이자 우유부단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또 한 번 언급했다. 그는 “그것은 기득권 정치의 논리”라며 “어떻게든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사람을 주변화하고 조그맣게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용 정치란 일하는 정치”라며 “한 가지 이념에만 쏠린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실용의 사전적 의미를 언급하며 “정의 그대로 하나에 경도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바꾸는 것에 집중하자는 거다. 기계적 중립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3. 젠더 이슈
“미래세대에 젠더 이슈 빼고 말할 수 없어”
“성인지예산제로 접근, 실용정치의 한 예”
이명준 창당 준비위원은 “10~30대 미래 세대를 말할 때 젠더 이슈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며 “현 정부는 남성과 여성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획일화하는 게 행복한 세상이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안 대표님이 이 이슈에 대해서는 한 번도 구체적인 말씀이 없었다”며 답변을 구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다 그렇지만, 난 30년 전 결혼할 때부터 맞벌이 부부였다”고 소개한 뒤, “국회의원이 되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 중에 하나가 성인지예산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행정적으로 화장실을 지을 때 사용하는 시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성 화장실 예산을 훨씬 많이 배당하는 게 맞는 거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시민들 입장에서 체감하는 게 같도록 하는 것이 성인지예산”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논제를 인권이자 존엄성 문제로 보며, 실용 정치로서의 해법을 제시했다.
#4. 미중관계, 대북관계
“대북 온건정책 폐기, 한미동맹 강화”
“통일 아닌 전쟁 없는 한반도가 1차 목표”
이운규 준비위원은 “대북 온건정책을 폐기하고 한미동맹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중경쟁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1차 목표고, 통일이 1차 목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과 한반도의 상황을 비교하며 “독일 또한 한 번도 통일이 목표라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여건이 마련되면서 통일이 된 것”이라며 “통일을 앞에 내세운다고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로운 상황이 정착되려면 어떻게든 북한 개방을 이뤄내 국제 사회 일원으로 편입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 공정한 사회
“청년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의 해법은?”
“대통령 권한 약화와 정당민주화”
끝으로 안 전 대표가 정민당 청년들에게 “오랫동안 했던 공정함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해법이 있을 것 같다”고 물었다.
김태일 준비위원은 “한 마디로 말해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키고, 정당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 고민에 대한 해답”이라며 “당청 갈등은 국정과 당정을 모두 망친다”고 답했다.
안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치란 정치인들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인데, 왜 한국은 국민들이 정치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냐고 내게 물었다”며 독일에서의 한 일화를 꺼냈다.
그는 “국민이 정치의 주인인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인이 됐는가를 나눈 기준은 간단하다”며 “옳은 게 옳고, 틀린 게 틀리다고 생각하면 주인이고, 우리 편은 맞고 상대편은 틀리다 하면 하인이 된 것이라 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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