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문명국가에서 한 개인을 징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률이 필요하다. 죄형법정주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예외인가 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3일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문책 경고' 의결안을 받아들여 원안대로 결재했다. 문책 경고는 임원의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 이유로 ‘내부통제 부실’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거셌다. 또 ‘내부통제 부실’ 관련 법조항 해석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사실, 모든 기업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과 같은 대형은행에겐 당연한 얘기다. 그럼에도 금융사고는 터지기 마련이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교통사고 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나 함 부회장이 고의로 내부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 책임을 물었다. 심지어는 손 회장이나 함 부회장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일부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방해한 것처럼 몰아세운 모습이다.
금감원에서는 손 회장이나 함 부회장이 고객의 이익보다는 실적 올리는 것을 더 강조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손 회장이나 함 부회장을 비롯한 모든 금융권 CEO들은 연초에 모든 직원들을 모아놓고 한 목소리로 ‘고객을 위하여’라고 주문한다. ‘모든 것의 최우선은 고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DLF사태 이후에는 구체적으로 고객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다.
DLF사태의 경우, 구체적인 은행의 과실을 따진 후에 그에 따라 배상이나 보상을 하고 방지책을 세우는 게 올바른 절차다. 이 과정에서 CEO의 명백한 형사적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에서도 엄격한 법적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화풀이 식으로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이런 화풀이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나 함 부회장을 중징계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가? 두 사람을 처벌하면 이후 새롭게 취임한 사람들이 더욱 조심해서 다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가? 그럴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금감원 눈치 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까 싶다. 관치의 부작용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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