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서울 거주자들의 다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줄었지만 가격 침체가 지속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부동산큐레이션서비스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서울 거주자의 타(他)지역 아파트 매입 거래량은 3만1444건으로 전년 대비 23.44% 감소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으로 다주택 투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고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 아파트 원정 거래를 꺼렸다는 분석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흔들림이 없고, 이제는 서울 9억 원 미만 아파트들이 규제의 반사효과를 누리면서 서울 아파트의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거래량이 오히려 증가한 지역도 있다. 울산(전년 대비 165.12% 증가), 경남(43.31%), 경북(32.42%), 부산(16.87%), 충남(10.73%) 등 5곳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최근 3년 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2019년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20년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울산 지역 아파트값 변동률은 2017년 -2.31%, 2018년 -9.93%, 2019년 -3.6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남(-3.81%→-8.68%→-5.54%), 경북(-4.18%→-5.91%→-5.95%), 부산(2.03%→-3.57%→-2.74%), 충남(-2.63%→-4.63%→-3.16%)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중 울산, 경남, 경북, 부산 등 영남권은 최근 주력산업인 중공업의 침체와 한일 무역분쟁 등 여파로 지역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많은 인구들이 빠져나가면서 특히 집값 하락폭이 컸던 지역이다. 또한 2018년 대비 2019년 아파트 매매가 하락폭이 축소된 곳이다. 바닥을 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향후 3년 간 아파트 공급량이 거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빅데이터기반아파트정보업체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울산 지역 입주량은 2021년 1418가구, 2022년 793가구, 2023년 380가구 등으로 예정돼 있다. 같은 기간 경남(7634가구→3051가구→0가구), 경북(8096가구→0가구→0가구), 부산(1만6762가구→2만2851가구→7383가구), 충남(7381가구→8212가구→0가구) 등도 흡사한 추세다.
서울 사람들이 바닥을 친 곳,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가 경기 지역에서 가장 아파트를 많이 매입한 곳이 고양(2430건), 남양주(1889건) 등 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으로 집값이 주춤한 지역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주식시장 격언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라며 "서울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거래량이 증가한 곳 중 대부분이 영남권이라는 건 영남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뜻하기도 하는 것 같다. 다가오는 21대 총선과도 연결해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