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구조조정 추진?…배우진 대표 리더십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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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구조조정 추진?…배우진 대표 리더십 도마 위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0.04.07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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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계획대로” 메일 내용 전 직원에 유출
불매운동·감원 논란까지 위기 대처 능력 비판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김유종
배우진 유니클로 대표가 지난해 불매운동 대응에 이어 구조조정 관련 이메일 유출 논란까지 일면서 내부 신뢰를 잃고 있다. ⓒ김유종

배우진 유니클로 대표가 구조조정 계획 관련 내용이 담긴 메일을 전 직원에 실수로 발송하면서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지난해 불매운동 중심에 섰던 당시에도 배우진 대표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이번 메일 유출 사고 이후에도 직원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다며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익명을 요구한 유니클로 본사 직원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배 대표는 ‘구조조정을 반드시 계획대로 추진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조은정 인사 부문장과 전 직원을 수신자로 발송했다. 해당 메일은 배 대표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된 ‘본사 재택 근무 운영 지침’ 공지 메일에 전체 회신을 하면서 직원들에 유출됐다. 

해당 메일에서 배 대표는 “부문장님, 어제 회장님 이사회 보고 드렸습니다. 인사 구조조정 관련 관심이 많으셨습니다”라며 “보고 내용대로 인원구조 조정 문제없도록 꼭 계획대로 추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회장님’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나 야나이 다다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으로 추정된다.

배 대표는 “보고 내용 중 20년 2월 기준 정규직 본사 인원이 42명 증가 사유를 질문하셔서 답변드렸다”며 “이 인원은 육성로테이션 인원과 귀임과 복직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드렸고 육성 로테이션은 또 이동함으로 본사 인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드렸다”면서 조 인사 부문장에게 이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문의했다.

배우진 대표가 구조조정 관련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조은정 인사 부문장과 전 직원에게 전체 회신했다. 사진은 해당 메일 내용을 가공한 이미지. ⓒ시사오늘
배우진 대표가 구조조정 관련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조은정 인사 부문장과 전 직원에게 전체 회신했다. 사진은 해당 메일 내용을 가공한 이미지. ⓒ시사오늘

에프알엘코리아는 배 대표의 메일은 회사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해당 이메일은 구조개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잘못 발신된 것”이라며 “인적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며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메일 발송 직후 직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부서 부서장 및 팀장에게 설명했으나 일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설명을 통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니클로 내부는 지난해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구조조정 논란까지 불거지며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듯한 일본 임원의 발언은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고, 회사 측은 이에 늦장 사과를 하면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매출도 급감했다. 지난달 공시된 롯데쇼핑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97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설의 진위보다도 위기에 적절한 대처하지 못하는 배 대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회사와 직원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사 직원 A씨는 “회사는 일련의 사안들에 이해할 수 없는 대응으로 일관했고 직원들은 그 중심에 배우진 대표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구조조정 필요성도 이해하지만, 불매운동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직원의 행복을 부르짖던 사람이 뒤에서 매우 신속한 구조조정과 알아서 퇴사하도록 직원 점포 이동을 계획하는 등 상처 주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부 직원들조차 본사 CFO의 발언의 배경과 의도나 위안부 할머니 조롱 광고의 고의 여부보다는 그에 따른 한국의 반응을 공감하지 못하고 무대응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회사의 의사 결정자들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며 “이제 회사가 단기간에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적다. 책임질 사람들이 올바르게 책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해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직에 취임한 뒤 직원 행복을 주창하며 모든 소통의 시작을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으로 ‘행복전도사’로 불렸다.

구조조정설로 논란이 커지자 유니클로 익명게시판 블라인드도 들끓었다. 직원 B씨는 “불매운동 때부터 (구조조정) 예상은 했지만 메일을 보낸 사람이 직원들 행복하게 하겠다고 외치시던 분이라 충격”이라고 적었다. C씨는 “몇 년을 같은 업무만 한 사람한테는 영업 이동은 나가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D씨는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발송된 메일 한통에 수백, 수천명이 싱숭생숭해진다”고 씁쓸해했다. 

하지만 이 같은 블라인드 게시글들도 신고당해 지워지고 있다는 게 내부 증언이다. 점포와 본사 간 불화도 더욱 깊어지고 있으며 최근 이어진 관리자급 퇴사가 구조조정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는 2019년도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앞서 6년간 유니클로를 이끈 홍성호 대표 뒤를 이어 새로운 수장이 됐다. 배 대표는 지난 199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매입과 해외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다. 이후 롯데쇼핑 소싱사업부 추진 태스크포스를 거친 뒤 지난 2018년 롯데백화점에 복귀해 MD개발부문 담당임원으로 재직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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