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개헌안의 내용 중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헌안 발표와 함께 행정수도 이전 여부와 경제수도·문화수도의 개념을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국회가 법률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가 수도를 정하는 것을 헌법 내용으로 규정해둔다면, 헌법 개정 절차가 복잡해 제2, 제3의 수도를 만들 필요성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는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논의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후보의 공약으로 최초 등장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발의로 재부상했다. 실제 위 발의안은 가결돼 잠시 시행되기도 했으나 헌법재판소의 단순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관습헌법이란, 헌법적 지위를 갖는 관행이 장기간에 걸쳐 존재하는 것으로서 다수의 법적 확신이 존재하는 헌법사항을 말한다. 이는 성립요건이라기보다 존속요건으로 봐야 하며, 하나의 요건이라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경우 관습헌법의 효력은 상실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임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시적인 헌법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국민적 합의와 인식이 계속 이어져온 만큼 그 자체로 헌법 규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봤다.
이를 감안할 때, 현재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헌법 개정 절차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정부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다면 과거 있었던 위헌 판결의 내용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가 관습헌법의 요건인 다수의 법적 확신을 변경할 수 있는 일종의 절차로 보는 듯한 태도다. 다만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 국민투표의 대상이기 때문에, 수도이전에 관한 한 관습헌법의 개폐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헌법에 예정된 국민투표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관습헌법의 사멸을 인정하기 어렵다. 지나친 수도권 집중 및 과밀화 현상, 지방과의 균형있는 성장을 위한다는 정책 추진 의도에 대한 국민여론이 비교적 긍정적인만큼, 여야 합의가 아닌 국민적 합의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가 뒷받침돼야겠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