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국민의힘은 왜 ‘박근혜’를 극복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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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국민의힘은 왜 ‘박근혜’를 극복하지 못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4.2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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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 여전히 강성보수 쪽…변화가 우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또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흘러나온다. ⓒ뉴시스
국민의힘에서 또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흘러나온다. ⓒ뉴시스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에게 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중도층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겁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끊임없이 중도 확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던 국민의힘은, 중도 이미지를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기대 이상의 압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도 분명합니다. 더욱 더 중도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겁니다. 여전히 강성 색채가 남아 있는 당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게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죠.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와 패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이는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또 다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에서부터 차기 대권·당권주자들과 중진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클 정도입니다. 심지어 서병수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국민의힘에 유리할 게 없습니다.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어렵사리 벗어던졌던 ‘극우정당’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야권 분열’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사면이 이뤄질 경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원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큰 까닭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국민의힘이 굳이 사면론을 먼저 꺼낼 이유가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최근 보이는 국민의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힌트는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말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당 전반적으로 사면 찬성론이 조금 더 우세한 것 같다. 당권 혹은 대권에 도전하는 인사들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100%로 후보를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상황일 뿐, 일반적으로는 당원들의 의사에 따라 당의 ‘대표선수’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당권 혹은 대권에 도전하는 인사’들은 당원들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해야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여전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대표나 대선후보가 되려면 당심(黨心)을 얻어야 하는데 당심은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유리(遊離)돼 있으니, 당권·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도 자연히 다수 국민의 의견과 다른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심을 얻으려다 민심을 잃는 실수를 반복해 왔습니다.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심이 아닌 민심을 따라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고요. 하지만 교훈을 얻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에서는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연 국민의힘은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해결하고 정권 교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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