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택한 당심, 친문과의 관계설정이 리더십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3일부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송영길 신임 당대표는 현충원 참패를 시작으로 당무를 개시했다. DJ(김대중), YS(김영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첫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백신 확보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당정 간 긴밀 협의, 당내 민주주의 강화, 2030 목소리 경청 등 국민 소통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전날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는 ‘원팀 민주당 기조 유지’라는 일성과 함께 “유능한 개혁과 언행일치 당으로의 변화”, “다시 국민 마음 얻어 정권 재창출 승리”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당명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각오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된 송 대표는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연세대 총학생회 회장을 지냈다. 학생운동 출신의 86그룹 맏형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민주당에 영입됐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행 실장, 문재인 후보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5선에 인천시장을 역임, 의정과 행정을 두루 섭렵했다. 비문(문재인)이기엔 범친문으로 분류되고, 친문이기엔 비문으로 불린다. 계파색이 옅은 게 특징이다.
① 당심은 ‘변화’를 택했다
송 대표의 승리 요인을 놓고 당심이 ‘변화’를 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출마 선언 때부터 송 대표는 ‘변화’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당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여 4·7 재보선에 참패하자, 변화를 위해 주저 없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 관계자는 이날(3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여 당선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보선 기간 민심이 집권 여당에 회초리를 준 만큼 변화하라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고, 상징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송 대표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② 친문 위기감 발로에 의한 ‘전략적 셈법’
결국, 이 모두가 친문(문재인) 위기감의 발로에 따른 전략적 셈법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같은 날 통화에서 “당 대표는 비문, 최고위원은 친문 일색”인 점에 주목했다. “외부적으로는 비문계 송영길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워 ‘도로 친문당’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면, 내부적으로는 친문 최고위원들로 구성해 견제와 영향력 모두를 유지하려 한 것”이라고 봤다.
강성친문의 건재함이 확인됐다고도 볼 수 있다. ‘친 조국’ 인사인 김용민 의원이 초선임에도 1위 한 것을 비롯해 ‘강병원·백혜련·김영배 전혜숙’ 모두 친문에서 최고위원이 됐다. 친문 영향력이 새삼 가늠된 선거였다. 2일 전대에서 김용민 17.3%, 강병원 17.23, 백혜련 17.21%, 김영배 13.46%, 전혜숙 12.32% 순으로 나왔다.
민주당 전대가 오는 6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세운 평론가는 “민주당 역학 구도가 친문이냐 비문이냐로 나눠진다면, 국민의힘은 영남이냐 비영남이냐로 볼 수 있다”며 “민주당에서 비문 주자가 당대표가 된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비영남 쪽으로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문표·나경원·권영세·박진·김웅 후보군 등이 국민의힘 비영남 당대표 주자들로 거론되고 있다.
③ '친문 쏠림은 없었다'의 또 다른 의미
5·2 전대 특징은 세 당권주자 모두 초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점이다. 득표율 합산을 비교하면 송영길 35.6%, 홍영표 35.01%, 우원식 29.38%를 얻었다. 송 대표가 신승할 수 있었던 것은 대의원 투표와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 2위인 홍 의원을 앞섰기 때문이다. 만약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던 홍 의원이 더 큰 격차로 송 대표를 제쳤다면, 전당대회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3위인 우 의원도 오차범위 안팎에 불과해 세 주자 모두 접전 양상인 거로 나타났다.
친문 쏠림은 없었다. 부엉이모임을 주도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이 있었고, 민평련계이자 친노(노무현)의 좌장 이해찬 전 대표가 후원회장이었던 우원식 의원이 나섰지만, 표가 갈라질지언정 특정 인사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통화에서 “역대 전대에서 이해찬 대표가 40%대라는 낮은 득표율로 선출됐던 때를 제외하면 ‘추미애·이낙연’ 모두 60%대라는 높은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며 “이번엔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갈렸다. 친문 쏠림이 없던 것이자, 그만큼 강성 지지층에 강렬한 인상을 줄만 한 후보들이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④ 차기 대선 준비 ‘시험대’
송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만큼 당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관리해야 하는 터라 경선 방식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시된다.
친문에서는 ‘이낙연·정세균’ 외에도 ‘김경수·유시민·이광재·김두관·김부겸’ 등 제3후보의 출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후보 경선 일정을 2개월가량 미루자는 중이다.
원칙대로 하면, 내년 3월 대선의 180일 전인 6월부터 경선 일정에 돌입해야 한다. 다만 예정에 없었던 재보선과 전당대회가 치러진 만큼 대선 준비 과정 역시 융통성 있고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게 당 일각의 요구다. 반면 대세론을 형성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부정적이어서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될 조짐이다.
안일원 대표는 “전대가 끝난 뒤 차기 대선 선거관리위 구성 등이 가장 중요한 당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비경선 일정이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송 대표가 이런 난제들을 두루 고려해 당 혁신 방안과 인선, 경선관리 등을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충돌을 최소화하고 역동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⑤ 당청 관계 ‘주목’
당청 관계의 변화 여부도 관심사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는 대출 범위를 완화하자고 주장해 정부 정책과 다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원팀 기조를 전제하기는 했지만,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또한 친문 지지층에게는 예민한 사안이다.
이견이 표출될 시 어떻게 돌파해나갈지가 당 운영의 관건이 될 거로 보인다. 안일원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노무현 후보는 적자를 계승해 성공했지만, 참여정부 때의 정동영 후보는 차별화를 꾀했다가 크게 낙선한 바 있다. 일련의 학습효과가 민주당 지지층에 강하게 남아 있다”며 바로 이 점이 “민주당 흐름의 중요한 판단 지표가 돼 왔다”고 했다. 결국 당청 관계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친문과의 관계설정이 송 대표 리더십 성패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5·2 전대 결과를 놓고 ‘이재명 파워’도 가늠되고 있다. 민주당 소식통은 관련 대화에서 “이재명 지사 쪽으로 옮겨 간 김용민·백혜련 의원 모두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며 “이재명 지사가 지지한 후보들이 모두 된 거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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