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승리, 문재인 정부 실정 반사효과”
“김종인, 자기정치 유감…병 주고 약 주기 그만해야”
“안철수와 ‘작당’ 주호영…전쟁 중 적군과 내통한 셈”
“당·조직·선거·정책 아는 당대표라야 정권교체 가능해”
“남·원·정, 당의 자산…당대표 되면 활약 기회 만들 것”
“윤석열 제3지대 출마? 가능성 낮아…우리와 입장 같다”
“대선 경선 룰, 외부에 의뢰…당은 일체 관여 안 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세운 기자, 정진호 기자]
축제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은 대승의 여운에 빠져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浮上)으로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힘의 여흥(餘興)은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그러나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베테랑 장수는 승리의 다른 이름이 위기임을 잘 안다. 들떠 있는 당의 모습과 달리,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문표 의원 선거캠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진중했다.
“민주당은 전교조와 민노총만으로도 25% 가까운 표를 가져갈 수 있어요. 진보 성향 시민단체까지 합하면 40%는 기본으로 깔고 갈 겁니다. 우리가 일반 국민들의 힘을 업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사무실 여기저기에 내걸린 슬로건처럼, 그는 ‘당을 알고, 조직을 알고, 선거를 알고, 정책을 아는’ 정치인이다. 4선 의원이자, 제15대부터 제19대에 이르기까지 5번의 대선을 경험한 백전노장(百戰老將)은 왜 국민의힘을 향해 경고장을 보냈을까. <시사오늘>은 지난 4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앙보훈회관에 위치한 선거캠프를 찾아 홍 의원의 생각을 들어 봤다.
“4·7 재보궐선거 승인, ‘부동산·안철수·LH’”
국민의힘은 2016년 제20대 총선 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전패(全敗)를 당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건, 4·7 재보궐선거에서의 압승 덕분이었다. 결국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난 선거의 승인을 다듬어서 이어가야 할 터. 홍 의원에게 4·7 재보궐선거 대승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는지부터 물었다.
-4·7 재보궐선거 승리 덕인지 국민의힘에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승인이 뭐라고 보나.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가 컸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기조로 내세운 3대 축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얘기했던 평등과 공정, 정의가 그것이다. 그런데 조국·추미애·박범계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거치면서 평등·공정·정의가 다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25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자, 국민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의식주 아닌가. 전세 살았던 분들이 월세방도 못 구하는 형편이 됐는데 민심이 좋을 수가 없다. 이 바탕 위에 LH 사건이 터지니까 ‘저것들 봐라. 부동산을 책임지는 곳에 부패가 있었어? 끼리끼리 해먹은 거 아냐?’ 이렇게 되면서 민심이 폭발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 준 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사실 정치 입문 이후 안 대표는 자기본위의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일화를 하고, 경선에서 패한 뒤에도 서울 25개 구청을 모두 다니면서 찬조 연설을 했다. 이렇게 단일화가 잘 이뤄진 게 중요한 승인 중 하나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안철수와의 단일화’, ‘LH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이 세 가지가 우리의 승리 요인이라고 본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에 맞서서 10개월 간 열심히 해준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 다만 자기중심 정치를 했던 게 아쉽다. 예를 들면, 우리 당에 제일 처음 와서 한 얘기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라는 거였다.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반문(反文) 전선을 펴서 모두를 껴안아야 되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갈라놓으니까 우리 당이 더 어렵고 고통스러워졌다.”
홍 의원이 지적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발언은 김 전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일컫는 듯했다. 이날 이후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김 전 위원장 사이에는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
“광주에 가서 5·18에 대해 사죄한 것도 마찬가지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정당에서 대표가 움직일 때는 먼저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밝혔어야 한다. 의원총회에서 대표가 ‘내가 광주에 간다. 혹시 갈 분 계시면 같이 가자’고 하면 반대도 나오고 찬성도 나올 거 아닌가. 그렇게 논의를 하고 움직였어야 한다.
역사의 현장에 갈 때도 국회의원 20~30명이 같이 가서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오면 국민에게 비치는 우리 당의 이미지도 달라졌을 거 아닌가. 그런데 가겠다는 사람도 굳이 오지 말라고 하고는 혼자 가서 무릎을 꿇더라. 그게 당을 위해서 간 건가. 자신을 위해 간 거지.”
-당을 떠난 뒤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악평을 하고 있다.
“당을 위해 좋은 훈수를 두는 거야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지금은 좀 지나친 것 같다. 우리 당에 해가 된다고 본다. 제가 ‘김종인 대표에게 고한다’는 글을 두 번 올렸다. 한 번은 ‘제발 그만 말씀하시라.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당을 이끌었던 분으로서 우리 당을 도와주는 말씀을 해야지 자꾸 악담을 하시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는 ‘여야를 넘나들면서 병 주고 약 주는 행동 그만 하시라’고 좀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물론 우리 당에 필요한 말씀도 있다. 오세훈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경선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서울시장 후보 얘기를 했다는 말씀은 꼭 필요한 쓴소리였다. 우리 당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데 원내대표가 다른 당 후보를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전쟁터에서 적군과 내통한 셈 아닌가. 이런 부분은 당을 위한 정론(正論)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는 악담 그 이상도 아니라고 본다.”
-김 전 위원장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데는 동의하나.
“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대하는 우리 당의 전략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게 4·7 재보궐선거였는데, 우리 당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됐다. 권력형 성추행 선거로 규정했어야 했다. 야당이 정부와 선관위가 만든 틀 속에서 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하나. 우리는 4·7 권력형 성추행 선거라고 불러야 했다. 선관위가 뭐라고 했다고 놀라서 사실을 얘기 못하면 우리가 야당이라고 할 수 있나.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이 원인 제공자였고, 그들이 민주당이었으니까 책임져야 한다. 부정부패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 시장 후보를 안 내겠다는 당헌 96조 2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조항이니, 대통령이 책임을 져라’ 이런 논리로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김 전 위원장이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계속 법률검토 중이라고만 하더라.
그래서 제가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한 거다. 시간은 가는데 법률검토 중이라고만 하니까. ‘이 선거는 권력형 성추행 보궐선거다. 선거에 드는 비용 824억 원은 민주당이 책임져라’ 이것만 국민들에게 알리면 서울시장 선거는 볼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게 우리 당이었다. 이게 투쟁력 있는 야당, 정신적으로 수권정당의 기본이 된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재임하던 지난 2015년 당 혁신위가 신설한 조항으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공천하기 위해 이 조항에 ‘단,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했다.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당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서인가.
“그렇다. 저는 지금 우리 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놓치고 있다고 본다. 올해 초 대통령 연두기자회견만 해도 그렇다. 어떤 기자가 ‘올해는 한미합동훈련을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문 대통령이 북한과 협의해서 한다고 답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 어떻게 한미합동훈련을 북한과 협의해서 할 생각을 하나.
이 말을 듣고 우리 당은 뭐했나. 국회의원 100명 넘는 정당에서 그 얘기를 듣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니까 국민이 무기력하다고 한다. 그 얘기가 나온 순간 당대표·원내대표가 비상을 걸었어야 한다. 당사로 국방위원들, 중진들, 17개 시·도 책임자들을 다 모아놓고 비상체제로 갔어야 한다. 거기서 머리띠 두르고 246개 지구당위원장들이 일제히 행동했으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았겠나.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치고 나가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정치를 했어야 한다.
저는 정치를 오래 하면서 단 한 번도 당대표나 원내대표에 출마했던 적이 없다. 조직과 재정, 정책을 두루 맡아 했음에도 당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당 살림을 맡아서 강한 정당을 만드는 데 올인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대선에서 지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사라지게 생겼는데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진 역량을 나라를 위해서 써보자는 생각으로 당대표 선거에 나서게 된 거다.”
“초선 당대표론? 현실정치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차기 당권 얘기로 넘어갔다. 홍 의원은 5월 3일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변화와 쇄신’을 위해 초선의원이 당대표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초선 당대표론이 심심찮게 나온다. 어떻게 보고 있나.
“초선들이 당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건 좋은 일이다. 세상은 고정관념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니까. 나이에 상관없이 비전을 내놓고, 필요하면 중요한 역할을 맡는 건 환영할 만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초선이 당대표를 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이번 당대표는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적으로 얽히고설킨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이나 무소속 홍준표 의원 복당,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이런 산적한 현안을 초선이 풀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실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지 않나. 초선들이 지도부에 들어와서 함께 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당대표가 돼서 당을 이끄는 건 다른 문제다.”
-한편으로는 영남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비영남 출신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영남은 우리나라 보수의 뿌리고, 우리 당의 힘이 영남에서 나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 영남당 이미지로 가면 당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과거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만들었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도 선거 두 번 치르고 해산하지 않았나. 지금 영남 쪽에는 민주당 출신 구의원·시의원·구청장들이 2% 가까이 포진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도 영역을 넓혀야 한다. 영남에만 국한돼 있으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 물론 특정 인물을 두고 ‘영남 출신이라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옳지 않지만, 총체적으로 봤을 때 영남을 초월해 더 크고 강한 정당으로 가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충청도 출신 당대표가 당선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기 용이하다는 전망도 있다. 동의하나.
“당대표가 충청도 출신이라고 윤 전 총장을 영입할 수 있고, 충청도 출신이 아니라고 영입할 수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핵심은 윤 전 총장 눈에 우리 당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당으로 보이느냐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기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년 장기집권론을 말했다. 그건 절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만으로도 득표율 25% 가까이가 확보되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까지 합치면 40% 가까이 된다. 여기에 각종 지원금 같은 걸 뿌리면 10% 정도가 더 나온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 구조가 엄청나게 바뀌었다. 우리 당이 불리하면 불리했지, 절대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걸 뒤집을 수 있는 건 말 그대로 국민의 힘밖에 없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를 해야 이길 수 있다.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을 뺏기긴 했지만, 정권을 이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이 사실을 자각하고, 수권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선거 치러봐야 2등밖에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권 후보들이 우리 당에 올 것 같나.”
-그럼 대권 후보들을 영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가능성이 보이면 윤 전 총장은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우리 당에 들어올 거다. 그래서 제가 자강론을 외치는 거다. 스스로 강한 정당을 만들어야 대권 후보들에게 매력적인 행선지가 될 수 있다.”
-인물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당이 자강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하는 방안이 있나.
“당을 알고, 조직을 알고, 선거를 알고, 정책을 아는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 저는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 오명을 썼을 때 당을 해산하고 여의도에 천망당사를 쳤던 사람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다가 지고 나서 탈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모셔온 사람도 저였다. 우리 당의 역사를 저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없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조직도 알아야 한다. 청년조직, 여성조직, 중앙상임위원회 조직, 정치대학원 등등이 전부 제가 만든 조직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제가 만든 조직을 써먹고 있는 거다.
선거도 알아야 한다. 제가 대통령 선거만 5번을 치렀다. 직능을 맡아서 주도적으로 치른 것만 5번이다. 선거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치러지는지, 상대가 공격을 하면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정책이다. 정책은 생활정책이 돼야 한다. 현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제일 많이 나오는 데가 충남이다. 화력발전소 11개 중에 7개가 충남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충남으로 가서 미세먼지를 보고, 화력발전의 현실을 보고 거기서 공청회와 토론회를 해야 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정책을 만드는 게 생활정치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국민이 정당을 신뢰한다. 그게 정치의 목적이기도 하고. 이걸 아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우리 당이 강해진다는 게 제 생각이다. 제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도 그 부분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경선 룰(Rule)도 중요할 텐데,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론조사 100%로 당대표를 뽑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우리 당이 큰 실수를 했다. 당원들의 의사가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 이러니까 당원들이 중요할 때 우리 당을 돕지 않는다. 투표권도 안 주면서 필요할 때만 찾으면 누가 도와주겠나. 이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중요해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 시장 후보를 뽑고 당의 대표를 뽑는데 당원 의견을 반영 안 할 거면 당원이 왜 필요한가.”
-당심과 민심이 동떨어져 있으니 선거 승리를 위해 여론조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당심과 민심이 거꾸로 가는 건 우리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당의 조직을 바탕으로 활발한 정책 활동을 하면 민심을 움직일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민심이 실망하는 거다. 당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당대표가 되면 홍준표 의원 복당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빅텐트를 쳐서 모두 다 맞이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네 분인데, 그 중에서 두 분은 받고 두 분은 안 받았다. 그건 옳지 않다. 받으려면 다 받고 받지 않으려면 다 받지 말았어야지. 제가 당대표가 되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다 열 생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가는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 국가의 운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 비슷하지 않나. 지금은 연습할 때가 아니고 당선돼야 할 때다. 제3지대로 가면 당선 가능성은 낮아지고 여당의 정권연장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높이 평가해온 걸로 아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들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동안 우리 당을 개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는 그분들의 힘이 지금도 필요하다고 본다. 제가 당대표가 되면 그분들이 다시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지금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움직이고 있는데, 세 분이 같이 움직이면 더 큰 힘이 되지 않겠나.”
-빅텐트를 쳐서 대선 후보들을 경쟁시키려면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게 우선일 텐데, 생각하는 방안이 있나.
“룰을 만들 때는 당대표의 뜻이 반영돼서는 안 된다. 당이 개입하는 순간 편파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는 우리나라의 양심적이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에게 공정성 있는 룰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려 한다. 몇 개의 룰이 나오면, 후보들이 생방송을 통해서 토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공신력이 생긴다. 그렇게 토론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 서너 개의 안이 나올 거다. 그걸 투표에 부칠 생각이다. 후보들이 직접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한 안이 나오면 불복하는 일도 없을 거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을 듣고 싶다.
“지도자는 말과 행동이 같아야 국민이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유진오 박사 선거를 도우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그분은 항상 ‘동지들, 이거 현실성 있는 얘기야?’라고 묻곤 하셨다. 행동에 옮길 수 없는 건 말하지도 말고, 말한 건 행동으로 옮기라는 뜻이었다.
제가 생활정치로 국민정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생활에 도움 되는 정당, 생활에 도움 되는 국가를 만드는 게 정치의 근본 목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막연히 당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방안을 내세우면서 대안이 있는 실용주의 개혁으로 정권창출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분에게 배운 거다. 정치인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늘 그 생각을 마음에 품고 정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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