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당시보다 신용상태, 상환능력 개선…은행에 금리 인하 요구 가능
금리 인하 혜택 받은 고객 수 76만 명…절감된 이자만 1조 7000억원
카카오뱅크, 2017년 제외하고 매년 제일 많은 고객 대출금리 인하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출금리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차주의 대출이자 상환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금리 인하 요구권'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주담대·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
2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8월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가 전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먼저 은행 5곳(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분할 상환) 평균 금리는 2.76~3.15%로 집계됐다. 7월 주담대 평균 금리는 2.65~3.11%였다. 8월 주담대 평균 금리가 전월 대비 0.04~0.11%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신용대출금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포함한 시중은행 18곳의 8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15%~7.02%로 집계됐다. 7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03%~6.88%의 분포를 보였다. 8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한달 전과 비교해 0.12~0.14% 오른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로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금리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은행 5곳(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8월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3.37%~3.70%의 분포를 보였다. 7월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는 3.26~3.70%로 집계됐다. 8월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가 0~0.11% 오른셈이다.
대출 당시보다 신용상태, 상환능력 개선…은행에 금리 인하 요구 가능
대출금리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부담을 경감해주는 대안으로 '금리인하 요구권'이 주목받고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이란 개인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개선되는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인하 요구권'은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카드사·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요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신용·담보대출·개인·기업대출 모두 해당된다. 다만 햇살론 같은 정책자금 대출과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등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취급한 상품은 제외된다.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인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의 향상은 △신용등급의 상승 △취업·승진으로 인한 소득·재산 증가 △자영업자·기업의 매출액이나 순이익 증가 등을 뜻한다. 따라서 승진한 회사원이나 취업한 개인은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를 은행에 제출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된다. 자영업자나 기업의 경우는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중간 결산자료·신용평가자료·세금계산서같은 입증 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기업·개인이 금리인하를 신청하면 은행은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해서, 심사결과를 보통 영업일 기준 5~10일내 고객에게 통보한다.
은행은 2002년부터 '금리인하 요구권' 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했는데 2019년부터는 법제화됐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안내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 76만 명…절감된 이자만 1조 7000억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로 인해서 지난 5년간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가 76만 명이고 1조 7000억 원에 가까운 이자가 절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금리 인하 요구권 실적자료’를 보면 금리 인하를 요구해 대출금리를 낮춘 고객 수가 지난해 22만5481명으로 2016년 11만5629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카뱅)는 지난 5년 반 동안 대출금리를 인하해 준 고객수는 총 29만9399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카뱅은 영업을 시작한 2017년 실적을 제외하고는 매년 제일 많은 고객의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있다. 다만 실제 절감된 연 대출이자는 5년 간 72억 원으로 은행권 전체 실적 중 0.4%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절감해준 연 대출이자 규모로 보면 우리은행이 1등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5년간 절감해준 연 대출이자는 8508억 원으로 은행권 전체 실적의 49.5%를 차지해 압도적인 실적을 보여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금리 인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고객과의 거래를 심화시킨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작년 우리은행이 대출을 인하해준 금액은 19억 원에 불과해 2016년 1845억 원에 비해 -99%로 급감했다. 지난해 대출 금리 인하 수용률이 크게 떨어진 배경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 실적을 집계하는 방식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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