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세나 탄소세 등으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
“기본소득 공약 실현되면 세계 최초 도입 될 것”
“무책임한 포퓰리즘 아닌 책임 있는 리더십 보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유종성 가천대학교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초빙교수는 12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주목했다.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전 국민 기본소득 공약이 실현되면 세계 최초의 도입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토지세나 탄소세 등 기본소득 이상의 증세를 공약한 최초의 후보”라고 호평했다. 즉 “증세 없는 복지 확대와 같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아닌 증세를 포함한 재원 마련의 대책을 함께 제시했다”며 “임기 중 꼭 할 수 있는 최소한도만 공약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자산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지급되는 소득이다.” 설명에 따르면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은 전 국민 연 100만 원이다. 19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에게는 연 100만 원을 더 준다. 아동·노인·장애인·농어민·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참여소득 형태로 추가될 수 있다. 소요예산은 연 58조 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세 통한 기본소득 최조 주장
재원은 토지세, 탄소세 등 증세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기본 비용 58조 원외에도 추가로 37조 원 정도는 더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소득 정책 실현을 위한 체계성을 높일 예정이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을 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선에서 증세를 말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이에 민주당 의원들조차 꺼리는 주제인데, 이 지사는 특유의 정면돌파로 증세를 공약한 후보”라고 부연했다.
다만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긴 하지만 중간층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실질적인 감세, 소수 부유층만 증세가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려면 “납세자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요구된다”며 공직자 소득과 재산 정보의 공개 건도 논의될 필요성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힘
유 교수는 기본소득 관련 여야 대선 정책도 비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우 본선후보로 선출된 이 지사를 통해 기본소득 공약이 제시돼 왔다면,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정강 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넣긴 했지만, 누가 대선주자가 되느냐에 실현될지 아닐지 달라져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가 (최근 방송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어떻게 복지지출을 할 것이냐’는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불필요한 기본소득들(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없애고'”라고 했다. 그 말로 봐서 기본소득에는 반대하는 것 같다. 홍준표 후보는 서민복지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밝히겠지만 기본소득에 대해 베네수엘라 급행열차와 같다며 반대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대표주자인 만큼 내년 대선을 지나 세계최초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국가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재명式 기본소득의 의의
이 지사가 추진하려는 기본소득은 증세 공약 외에도 시장 친화적인 분배정책, 전환적 공정 성장의 핵심 정책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유 교수 정리 자료에 따르면 “기존 복지급여와 달리 일을 해서 소득을 올려도 수급액이 깎이거나 수급자격을 잃지 않으므로 근로 의욕을 해치지 않고 수급자의 자립, 자활을 도와주게 된다”고 나와 있다. 또 “기본소득을 소멸성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균형 있는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계와 과제도 있는데, “장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중장기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임기 중 시행을 약속한 연 100만 원의 낮은 수준으로부터 장기적 비전으로 제시한 연 600만 원(월 50만 원)에 이르기 위한 로드맵이 부재하다. 조세제도와 재정지출구조를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부재하다.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 설정 및 사회보장 개혁의 방향이 불분명하다.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의 연구와 공론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동·노인·장애인·농어민·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지급 관련해서도 추후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참여소득의 개념적, 정책적 구분 필요 △참여소득과 부의 소득세, 근로장려금 등 신축적 수용 검토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푼돈이 아니다”
일각서는 “기본소득을 하려면 충분하게 줘야지, 연 100만 원, 재난지원금 25만 원 주는 것은 너무 푼돈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유 교수는 “소득이 악화된 상태에서 받는 재난지원금은 무시할 게 못 된다”며 “빈곤층한테는 푼돈이라고 할 수 없다” 고 반박했다.
또 맨큐의 실험을 예로 들며 선별복지보다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간단한 데다 낙인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하버드 대학에서 석박사를 공부했다. 경실련 사무총장,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국립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가천대학교에서 불평등과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한편 특강을 열심히 듣던 한 학생은 질의 시간에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물가가 오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유 교수는 “좋은 질문”이라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데, 통화량이 팽창하기 때문에 세금 범위 내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돼 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 방역 수칙 아래 진행됐다. 현장 사회는 서정대 국민대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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