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지 늘리겠다?…지자체 협조 이뤄질까 의구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GS건설이 경기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서 하자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GS건설이 시공권을 거머쥔 후에도 사업일정이 지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와 본지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GS건설은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사업 제안서를 통해 도로변 1개동을 청계초등학교와 불과 40m 떨어진 거리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조합에 제안했다. 청계초 일조권 문제는 앞서 과천주공5단지 건축심의 통과에 최대 걸림돌이었는데, GS건설의 설계안이 역린을 다시 건드린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GS건설이 입찰 전에 과천주공5단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 일조권 보호를 위해 조합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GS건설의 설계대로면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점을 이 회사가 도대체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 일조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사회적 물의를 빚을 수도 있는데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고 토로했다.
또한 단지 배치를 정서향으로 설계해 세대 내 프라이버시 침해가 염려된다는 조합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설계를 살펴보면 100여 세대 가량이 서로 안방과 거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세대 배치 과정에서 계단식 아파트에서 보기 드문 긴 복도 공간이 조성돼 전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량 주출입구 2개 확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과천주공5단지에 두 개 출입구를 제안했지만, 이중 한 곳은 차량 출입 불허 구간으로 출입구를 추가 설치하려면 과천시 정비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법규정에 맞지 않는 보류지 대책
조합 내에서 가장 물음표를 던지는 대목은 보류지 문제다. 보류지란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이 전체 가구 수의 1% 정도를 분양하지 않고 유보하는 물건으로, 조합원 물량이 누락되는 착오나 분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한 조합 재산이다.
과천주공5단지는 과천 지역에서 유일하게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다. 때문에 수주전에 나선 GS건설과 대우건설 모두 대형 평형 위주로 설계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0조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 조항에서는 재건축 전체 가구수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건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전용면적 85㎡ 이하 가구를 모두 일반분양분으로 전환 시 대형평형 비율 40% 초과가 허용된다. 이에 GS건설과 대우건설은 모두 일반분양분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공급해 조합원들이 대형 평형을 안정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사 모두 총론은 비슷하나 각론은 차이가 있다.
조합원 분양신청 시 조합원들이 대형 평형을 포기하고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을 선택할 경우 대형 평형이 일반분양 물량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도정법 10조 위반에 따른 건축심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양사의 각론은 여기서 차이가 난다. 대우건설은 잔여 대형 평형을 회사가 모두 매입해 도정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제안한 반면, GS건설은 보류지를 29세대까지 늘려 일반분양 전환된 대형 평형을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GS건설의 제안은 조합정관 기준 보류지인 1%(12세대)를 초과하는 2.3%(29세대)로 보류지를 늘리는 것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보류지 처분은 지자체 조례를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인허가청과 적극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그간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보류지 관련 논란이 상당했고, 통상적으로 지자체에서 보류지 증가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주비 '말 바꾸기' 논란도
추가 이주비 제안 내용이 계속 바뀌고 있는 부분도 조합원들의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은 앞서 제안서를 통해 이주비 담보 한도가 부족한 조합원들에게 사업추진비 1600억 원, 세대당 2억 원 규모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SPC를 통해 1조600억 원을 조합원 추가 이주비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GS건설은 지난 15일 조합에 공문을 접수해 '연대보증을 통해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겠다'고 말을 바꿨고, 19일에는 조합 질의서에 '추가이주비를 GS건설의 연대보증을 통해 SPC 또는 PF 등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입찰 시 조합에 제출했던 제안 내용과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주전에서는 우선 수주하고 보자는 마음 때문에 사업제안서에 담겨 있지 않은 약속들이 나올 수 있다"며 "조합원들은 제안서와 계약서만 믿어야 뒤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는 앞선 보도("‘일단 수주하고 보자’ GS건설, 공약 공증까지 하곤 ‘나 몰라라’",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2527)에서 GS건설이 2018년 성남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 때 성남지 정비계획 최고 층수 제한(30층)을 넘긴 '35층 랜드마크' 공약을 앞세워 대표이사 명의 공증서까지 조합에 제출하며 시공권을 따냈으나, 결국 30층으로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을 한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에서는 무상지분율을 150%로 확정하는 내용의 제안을 하고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았지만, 돌연 사업여건 변화와 공사비·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무상지분율을 132.68%로 낮추기도 했다. 이는 당시 경쟁사인 대우건설(149.4%), HDC현대산업개발(135.94%)의 제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한 재건축 현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서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거짓 과장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GS건설 역시 과천주공5단지 수주를 위해 무리한 제안을 한 것 같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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