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비빔면 시장 1위 팔도가 최근 경쟁자 추격 뿌리치기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경쟁사들이 비빔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면서 최근 몇 년 간 점유율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 실정이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기업들은 올해도 예년처럼 3월을 기점으로 비빔면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특히 팔도는 후발주자들의 시장 확장에 맞서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광고 모델 교체, 비빔면 신제품 확대 등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팔도는 비빔면 모델을 기존 배우 정우성에서 이준호로 교체했다. 2PM 멤버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이준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준호를 모델로 내세워 장수 브랜드인 비빔면에 젊은 이미지를 씌우고 2030 여성 소비자층을 잡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팔도 신은경 마케팅 담당은 “지속적 품질 개선으로 계절면 1위 자리를 지켜온 팔도비빔면이 팬들과 대중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준호의 이미지와 잘 부합해 모델로 발탁했다”고 말했다.

팔도는 기존 빨간 비빔면이 아닌 맵지 않은 비빔면인 ‘꼬들김 비빔면’과 ‘꼬간초 비빔면’을 내놨다. 두 제품은 고소한 맛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빨간소스 비빔면 시장에서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경쟁자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농심 ‘배홍동’과 오뚜기 ‘진비빔면’의 2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배홍동은 2021년, 진비빔면은 2020년에 각각 출시돼 1984년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팔도 비빔면의 아성을 깨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으나 경쟁이 계속되며 점유율에 차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때 팔도비빔면은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유지했는데, 최근 농심과 오뚜기의 선전으로 현재는 점유율이 55~60%까지 떨어진 것이다.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송인 유재석을 배홍동 브랜드 모델로 삼아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쳐 비빔면 1등 브랜드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선보인 배홍동비빔면은 3400만 봉이 넘게 판매됐다. 오뚜기는 진비빔면을 리뉴얼했다. 소스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기존에 없던 원료인 배, 매실, 무 등을 추가해 새콤달콤한 맛과 풍미를 더한 게 특징이다.

이 같은 경쟁은 비빔면 성수기가 시작되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네이버 데이터랩에 ‘비빔면’을 검색하고 월별 검색량 추세를 살펴본 결과,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3월을 기점으로 9월까지 비빔면 언급량이 많았다. 제조사들이 성수기 직전 3~4월, 10~11월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점도 계절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업계가 비빔면 제품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7억 원에서 2020년 1400억 원을 넘기며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1년에는 1500억 원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라면 시장이 2013년 2조 원을 돌파한 뒤 계속 제자리걸음인 만큼, 각 업체 입장에선 비빔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식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비빔면 수요는 계속 커질 전망”이라며 “시장이 확대되면 비빔면이 여름뿐만 아니라 계절을 타지 않는 메뉴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