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3사 ‘脫통신’ 행보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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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통3사 ‘脫통신’ 행보의 이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4.0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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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의 상승세가 매섭다. 최근 에프엔가이드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2022년 1분기 합산 실적은 매출 14조1319억 원, 영업이익 1조126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3% 가량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10년 만에 전체 영업이익 4조 원을 넘기면서 활짝 웃은 이통3사가 올해에도 분기 영업익 1조 원대에 안착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각 업체들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탈(脫)통신 전략이 드디어 성과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이통3사는 2020년 말 일제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2021년을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 위주로 조직을 재구성하고 미디어, 커머스, S&C 등 신사업에 힘을 실었다.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KT는 '디지코'(Digico)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하며 M&A를 꾀하는 등 IDC, 클라우드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했다. 콘텐츠 사업으로의 영역 확장에도 적극적이었다. LG유플러스도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고 B2B 영업활동, B2C 콘텐츠 거래에 치중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이통3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비(非)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 사별로 20~40%까지 확대됐다.

이통3사의 이 같은 행보는 분명 칭찬을 받을 만하다. 주력사업인 통신 부문은 좁디좁은 내수 시장을 두고 그들끼리 박터지게 싸워야 한다. 이젠 인구 감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한계가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비통신 부문 역량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은 어느 기업이나 할 수 있지만 이통3사는 이를 실천에 옮기기까지 했다. 참으로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그들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한 사람의 고객 입장에서 바라볼 땐 불만스러운 부분이 여간 적지 않다.

아무리 신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해도 이통3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무선 이동통신 서비스의 제공이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은 통신요금이 비싸게 책정된 5G 가입자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가파른 매출 증대를 이뤘다. 더욱이 국내 이통시장은 과거부터 다른 나라 대비 업체들의 폭리가 심한 편으로 평가(비록 기업들은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부인하고 있으나)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이통3사는 4G 공급원가보다 약 40% 높은 평균 매출을 올리는 등 과도한 요금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2월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인건비, 망투자비, 마케팅비 등 각종 영업비용을 제하고도 지난 10년 간 약 18조6000억 원의 초과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KISDI정보통신연구원이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ARPU(가입자당월평균매출)는 OECD 23개국 1위 사업자 중 세 번째로 높았다.

결국 이통3사의 탈통신 행보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는 셈이다. 선택지가 3개에 불과한 시장 상황에서 국민들이 그들에게 막대한 요금을 납부했고, 각 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비통신 부문 등 신성장동력에 대대적인 투자를 펼친 것이기 때문이다. 본업인 통신 부문 파이가 지속적으로 커져 실탄이 넉넉해지지 않았다면 이 같은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이통3사는 자신들의 사업 다각화, 수익성 개선 등에만 돈을 쓸 게 아니라, 당연히 무선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여러 투자도 병행해야 했다. 최근 업계 화두가 된 ESG 경영 차원에서도 그래야 마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고객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전국을 암흑으로 내몰은 KT발(發) 통신망 대란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5G 소비자 피해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주요 사례는 통화·기기 품질 불량, 계약 불이행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지국 등 5G 관련 설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불만을 품은 소비자가 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요금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월평균 1인당 데이터 실사용량은 31GB인데, 이통3사가 제공하는 요금제는 100GB~무제한 서비스를 다루는 7만 원 이상 고가 요금제가 대부분이어서다. 5G 속도 허위·과장광고 의혹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 이통3사의 5G 속도 과장광고에 대한 제재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거론했듯 이통3사가 본업인 통신 부문 서비스 개선과 투자를 게을리하고 비통신 부문에 집중하는 주된 이유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하진 않은 것 같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돼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3사 독과점 구조가 과연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쿠팡이라는 플랫폼 업체가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이라는 유통 재벌 대기업을 압박하는 세상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다간 큰코다친다. 바로 옆 먼나라 이웃나라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소비자는 '메기'를 선호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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