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감면 최대 90%’, 시작 전부터 ‘시끌’ [새출발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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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감면 최대 90%’, 시작 전부터 ‘시끌’ [새출발기금]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8.08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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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안팎서 ‘차주 도덕적 해이’ 우려 확산
과감한 원금감면 지원 강조해오던 금융당국
“오해… 현행 채무조정제도와 큰 차이 없어”
이달중 세부내용 확정… 의견수렴 지속키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정부가 민생 금융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새출발기금’ 사업이 차주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당초 정책을 설명하면서 과감한 원금감면이라는 표현을 썼던 게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오늘(그래픽: 김유종 기자)

정부가 30조 원 규모의 부실(우려)채권을 매입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하는 ‘새출발기금’ 사업이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새출발기금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등 금융권 안팎이 시끄러운 모양새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사업을 둘러싸고 금융권 안팎에서 부실차주의 도덕적 해이 확산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가 진화에 나섰다.

새출발기금은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금융 민생안정’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한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대출금리 인하는 물론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 ‘과감한’ 원금감면(60~90%) 지원도 담고 있다. 이 ‘과감한’이라는 표현은 금융위가 새출발기금 제도를 설명하면서 스스로 붙인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최근 원금감면 최대 90% 지원 등 새출발기금 정책을 두고 차주의 도덕적 해이 우려 논란이 커지자 기존 채무조정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난 7일 새출발기금을 통한 원금감면은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이뤄지며, 소득·재산이 충분히 차주는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의 기본 구조와 채무조정 원칙은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 법원 개인회생) 등과 동일하다”면서 “조정 금리 수준, 원금감면율 등을 코로나 피해 상황을 고려해 일부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원금감면 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 0~70%, 법원 개인 회생의 경우 별도제한은 없다. 평균 감면율을 보면 신복위가 44~61%, 법원 개인회생 60~66%로,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원금감면율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정도의 과도한 감면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새출발기금은 금융채무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에 해당하는 차주가 보유한 신용채권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해당 차주들은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으로 인해 신규 대출, 신용카드 이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는 등 7년의 장기간 동안 정상금융거래를 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정상차주가 고의적인 연체를 통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자 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90% 원금감면 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의 고령자 등 사실상 원금상환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에 한해 적용되는 감면율로, 현재 신복위 워크아웃 제도와 동일한 감면율이라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금융위 해명대로라면 당초 새출발기금 정책을 두고 쓴 ‘과감한’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기존 제도와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과감한’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키운 셈이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는 금융위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은행연합회와 사원은행들은 새출발기금 출범 관련 원활한 정책 시행을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해 협의 중으로, 새출발기금의 부실차주 원금감면 비율 등 정부 정책의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입장을 밝힌 건 일각에서 은행연합회가 사원은행들의 입장을 반영해 원금감면폭을 최대 90%가 아닌 50%로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사실이 아니며 “은행권은 새출발기금 정책 설계와 관련해 금융당국 및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금융권과의 협의 등 준비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8월 중 세부운영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9월 하순까지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하고 10월부터 새출발기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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