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리얼, 韓 시장에서 구글·메타와 ‘AR 글라스’로 전면전
스마트폰=리모콘, 안경=프로젝터…아이폰은 어댑터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로 점점 작은 화면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동시에, 기술 발전으로 공간의 제한 없이 3D를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세상이 열렸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사각형으로 한정된 화면만 접하고 있다. 이젠 사각형 모양의 평면 인터넷 플랫폼에서 벗어나, 입체 공간에서 스크린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 시작을 엔리얼이 열겠다.”
중국 하드웨어 제조 기업 ‘엔리얼’(Nreal)이 증강현실(AR) 경험을 대중화할 수 있는 AR 안경(AR글라스) ‘엔리얼 에어’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2020년 LG유플러스와 협업을 통해 ‘엔리얼 라이트’를 국내에 선보인 이후 2년 만의 신제품이다. 국내 메타버스·웨어러블 열풍에 탑승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A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엔리얼 에어 스펙은?…50만 원에 201인치 마이크로OLED 디스플레이
28일 엔리얼은 국내 론칭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엔리얼 에어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외양과 기능을 소개했다. 신제품은 영상·게임 등의 콘텐츠를 AR 모드에서 최대 201인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으며, 약 79g의 무게로 부담 없이 착용 가능하다. 이는 기존 빅사이즈 선글라스 무게와 비슷한 수준이다.
엔리얼 에어는 △46도의 시야각 △49 PPD △3840x1080 해상도 △108% sRGB 색재현율 △8비트 심도(depth)의 1677.3만개 색상 표현 △최대 400니트 등이 지원된다. 해상도는 시중의 VR 헤드셋 대비 2배 가량 선명하다는 게 엔리얼 측의 설명이다.
시력 저하 문제를 고려해 AR 기업 최초로 TUV라인란드로부터 △블루 라이트 차단 △플리커 프리 △아이 컴포트 등에 대한 인증도 획득했다. 제품에 동봉된 렌즈프레임을 활용하면, 안경점에서 맞춘 교정 렌즈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신제품은 현재 중국을 비롯해 일본·영국·미국 등 5개 시장에 출시됐으며, 국내에선 엔리얼 사이트와 쿠팡을 통해 판매된다. 출시 가격은 49만8000원이지만, 아이폰(IOS)과 연동하려면 어댑터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어댑터는 올해 안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여정민 엔리얼 코리아 지사장은 “2년 전 출시했던 라이트는 기업용(B2B)과 개발자용으로 제작돼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쉽고 디자인이 뛰어난 에어를 만들어 보급화를 추구했다”며 “한국의 B2B와 B2G(기업정부간거래) 시장을 노려 AR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한 파트너서와 협력해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엔리얼 에어 체험해보니…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빔 프로젝터?
엔리얼 에어를 사용하려면 전용 3D 인터페이스 앱 ‘네뷸라’(Nebula)를 설치해야 한다. 네뷸라를 통해 콘텐츠를 가상 3D 공간에 투영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눈 앞에서 미러링하거나 여러 개의 창을 띄워 현실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
고객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추가됐다. 위젯으로 드래곤(용)을 펫처럼 키울 수 있는데, 이 펫이 화면에서 돌아다니거나 재롱을 부리기도 하는 등 제품 사용에 재미를 더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에 네뷸라를 설치하고 연동해 보니, 타입C 케이블을 유선으로 연결해야만 했다. 블루투스처럼 무선 연결되지 않고, 스마트폰과 가깝게 붙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여 지사장은 “무선 조작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배터리·크기·통신칩 등의 문제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리얼 에어는 과거 구글이 출시했던 ‘AR 글라스’라기보다는, 휴대용 개인 프로젝터에 가까운 모양새다. 소리와 화면을 조정하려면 스마트폰의 조절 장치에 의존해야 했고, 손짓이나 음성으로도 화면을 조작할 수 없었다. 약 4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130인치 TV를 시청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단지 리모콘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엔리얼 관계자는 “사람들은 PC, TV, 프로젝터 등 가능한 큰 화면을 원하지만, 디바이스는 최대한 작게 만들길 원한다. 작지만 크고, 크지만 작은 기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시각적 요구를 따를 수 있는 디바이스가 AR 글라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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