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탄소중립 실패하면 일자리도 사라져”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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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애 “탄소중립 실패하면 일자리도 사라져” [북악포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1.3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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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18) 한정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생산 방식으론 상품 경쟁력 저하”
“탈탄소 요구 커져…재생에너지 확대, 일자리 창출 직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19대 환경부장관을 지내고 현재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기후위기 전문가’다. ⓒ시사오늘
제19대 환경부장관을 지내고 현재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기후위기 전문가’다. ⓒ시사오늘

지난 8월 8일. 서울에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0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 ‘역대급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1시간 141.5mm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고,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 원장도 “집중호우는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가 ‘내 앞에 닥쳐온 일’이 되면서, 기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현주소는 무엇이며,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사오늘>은 11월 29일 ‘기후위기와 미래’를 주제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가뭄·홍수·산불, 기후변화의 결과”


제19대 환경부장관을 지낸 한 의원은 지금도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기후위기 전문가’인 셈. 이런 평가에 걸맞게, 한 의원은 기후위기의 현 상황과 글로벌 동향,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로 주어진 시간을 넘기는 열정적 강연을 펼쳤다.

“약 2만2000년 전 지구의 평균 온도는 –6에서 –7도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리고 약 1만7000년 전부터 인류가 불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정도엔 0도에 근접하기 시작했고요. 완전히 0도에 근접한 게 1000년 전쯤입니다. 그런데 1850년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화석연료가 사용되면서 지구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합니다. 지난 2만 년 동안 상승한 속도에 비해 최근 100여 년 간 상승한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그 결과 가뭄과 홍수, 산불이 나고, 열사병과 같은 소리 없는 죽음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걸 우리는 기후위기라고 부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을 짚은 한 의원은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를 근거로 기후변화가 더 급속히 다가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IPCC가 전 세계에서 3000명 정도 되는 각 분야 학자들에게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가장 낙관적인 예측조차 지구 온도 상승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6차 보고서에서는 더 비관적인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과거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가 상승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이게 10년 당겨진다는 겁니다. 이산화탄소는 한 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나면 사라지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계속 대기 중에 축적되고, 그게 온실가스 효과를 내서 지구가 뜨거워지게 되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한 의원은, 그에 맞춰 인류가 ‘극약처방’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극약처방이 필요합니다. 그 극약처방은 탄소중립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산업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데요. 배출하는 양이 산림이나 토지, 바다에서 흡수하는 양보다 많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는 양과 흡수하는 양이 맞아떨어져서 순 배출이 더 이상 되지 않는 상태, 다시 말해 온실가스가 더 이상 축적되지 않고 어느 정도 농도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탄소중립입니다. 탄소중립은 탄소를 하나도 배출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배출하는 양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배출되는 건 지구가 흡수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나무를 심어서 산림을 개발하고, 바다를 파괴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건 그런 이유입니다.”

 

“탄소중립은 험한 길…관심과 투자 필요”


한 의원은 탄소중립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한다. ⓒ시사오늘
한 의원은 탄소중립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한다. ⓒ시사오늘

한 의원은 또 유럽연합(EU)이 도입 계획을 밝힌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언급하며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동향을 보면, 탄소중립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우리의 탄소 가격은 톤당 1만6000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에는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됩니다. 탄소국경조정세는 바로 이런 차액을 관세처럼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너희는 그렇게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데도 탄소 가격을 제대로 내지 않고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하잖아. 그러니까 그 차액만큼은 보정을 해야겠어.’ 이게 탄소국경조정세입니다. 지금은 업종만 정해진 상태지만, 2026년부터는 실질적으로 관세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상품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물건을 만들 때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탄소를 많이 쓰는 물건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런 상태에서 탄소국경조정세 같은 것들이 도입되면 우리 물건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서 한 의원은 우리 상품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놨다.

“얼마 전 애플은 공급업체들에게 2030년까지 탈탄소를 달성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러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불리해집니다. 202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현황을 보면, 아메리카 대륙 평균이 34.1%, 유럽이 42.8%, 아프리카가 23.1%, 아시아·태평양이 25.6%입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0% 가까이 되고, 일본이 27% 정도, 인도도 20%나 됩니다. 반면 한국은 6.7%입니다.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상품은 경쟁력을 잃습니다. 최근 암참(The 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도 2030년까지 전력의 30~3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야 여기서 뭔가 제조를 할 여지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제조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투자도 해외로 다 나가버리고, 당연히 일자리는 사라집니다. 재생에너지 공급은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돼 있는 겁니다.”

아울러 그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순환경제 구축을 제시했다.

“저는 쓰레기와 폐기물, 자원순환을 같은 단어라고 말합니다. 그냥 덤핑을 하면 쓰레기고 폐기물인데, 그걸 잘 분리해서 원재료로 가공할 수 있도록 하면 그건 자원이 순환되는 순환경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건을 많이 만드는 데 치중해서 순환경제에는 관심을 안 가졌는데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플라스틱을 잘만 모아서 석유화학공장에 갖다 주면 원유 수입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적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다만 지금은 용기가 너무 다양해서 분리선별이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단일 재질화하거나, 단일재질화가 어렵다면 분리가 용이하게 되게끔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순환경제를 하기가 수월해집니다.”

끝으로 한 의원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탄소중립은 험한 길입니다. 할 수 있는 정도만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뛰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부분에 관심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대를 거는 건 우리나라의 저력입니다. 환경부장관을 하는 동안 만난 외국 장관들은 한국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나라도 한국이 하는 속도와 밀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일단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정부 전체가 움직여서 일을 해내는데, 이런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좀 뒤쳐져 있지만, 한 번 관심을 갖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립니다. 우리는 이미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하는 정도의 분리수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녹생경제, 순환경제 부분도 관심만 가진다면 순식간에 다른 나라를 추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이 자리가 그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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