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영위하지 않는 개인이 사업자 주담대 수령해
전문가 “위기 상황…나비효과 생길 수 있어”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개인이 사업을 한다고 거짓으로 서류를 꾸미는 등 ‘작업대출’을 통해 불법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다섯 곳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1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해 6~12월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취급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1조 2000억 원(잠정) 규모의 부당취급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이번 실태 점검에 나선 은행은 사업자 주담대 잔액 상위 5개사로 SBI·OK·페퍼·애큐온·OSB저축은행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일부 저축은행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작업대출 조직이 개입해 서류 위·변조 등을 통해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 취급된 사례를 확인했다. 이후 저축은행의 외형확대를 위한 불건전한 영업 관행 및 소홀한 대출심사에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자 주담대 취급의 적정성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점검을 통해 확인된 부당취급 금액은 1조 2000억 원 상당이다. 이는 잔액 기준 약 9000억 원으로 저축은행 총 여신 116조 3000억 원의 0.8%, 사업자 주담대 13조 7000억 원의 6.6% 수준이다.
부당취급은 주로 사업을 하지 않는 이가 사업을 한다고 꾸며 대출을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대출모집인 등의 자금으로 기존 가계 주담대를 먼저 상환하고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아 모집인에게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모집인 등은 이 과정에서 대출금 용도 증빙을 위·변조해 제출했다. 주택 구입에 사용된 기존 대부업체 주담대 등을 저축은행 사업자 대출로 대환하는 방식도 존재했다.
가계 주담대는 LTV 규제가 적용되지만, 사업자 주담대는 원칙적으로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신용공여한도가 8억 원인 가계 주담대에 비해 개인사업자는 50억 원, 법인은 100억 원까지 가능해 이 같은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업대출은 대출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조직이 LTV 규제 등으로 대출이 곤란한 금융 소비자에게 접근 후, 세금계산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변조해 정상 대출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주도하는 것을 일컫는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해당 내용과 관련해 충분히 소명하고 설명했다. 당사는 추후 대출 취급 시 상환 능력과 차임 목적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자금 용도 외 유용 여부를 더욱 면밀히 점검하는 등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부당 취급된 금액이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저축은행발(發)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업대출은 서류 위·변조를 통해 기존에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큰 금액을 대출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이 상환할 수 있는 정도보다 많은 금액을 빌려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원(이하 신평원)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산업 전망과 신용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금리, 유동성, 부동산 건전성에서 공통적으로 짚은 부분은 수익성은 낮아지고 건전성은 악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금융(브릿지론, PF)의 양적·질적 위험 증가를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양적위험이 확대했고 미분양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원은 사업자 모기지론도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건전성 저하를 우려했다. 불법 사업자대출은 이런 우려를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이 침체다. 언제 회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PF는 분양이 잘 되면 막대한 이익이지만 사업이 안 되면 리스크가 크다. 금융시장 입장에서도 취약한 입장인데 불법적으로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잘못 대출하면 나비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법 사업자주담대가 확인된 곳들에 가해질 제재는 현재 심사 중이라 불확실한 상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감독원에서 지침에 대해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잘 준수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알아내기 어려운 걸 알아내는 게 은행의 노하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노하우를 키우고 대출을 받은 사람이 (신청한 목적으로) 잘 사용하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실제로 사업을 영위하는 지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현장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출모집인에 대한 등록절차 강화, 계약관리 업무 강화 등 전반적인 관리 수준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 대출이 실행된 후 이뤄지는 사후 점검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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