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시대 흐름 맞춰 문제 풀어나가야”
“격차 해소 정책, 양극화 해법, 직업-주거 문제 중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는 4선 국회의원 출신 행정가다. 복지, 육아와 관련해서 둘째가라면 서운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며 내세운 정책들 역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 전 지사는 ‘위기 속 대한민국 사회 양극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2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양 전 지사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을까요?”
양 전 지사는 “생각보다 한국의 위상은 훨씬 대단합니다. 지난 2021년도 IMF 통계에는 대한민국의 총 GDP가 1조8102억 달러였습니다. 이 정도면 몇 등일까요? 세계 10위 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국가들은 G7에 속한 국가들과 중국, 인도 외 없습니다. 수출만 해도 코로나19와 국제정세 문제로 적자를 봤지만, 수출액이 6839억 달러입니다”며 “1954년도 대한민국 수출액이 불과 24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1964년에는 1억 달러 수출 달성을 기념해 수출의 날이 제정됐어요. 60년도 지나지 않아 6839배로 늘어난 것이죠. 교역액 자체는 세계 6위 수준에 달합니다. 이 정도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의 수출액을 넘어설 전망도 나옵니다”고 말했다.
그는 왜 대한민국의 가파른 성장을 이야기한 걸까? 풍족한 사회가 됐음에도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행복하지 못한 현실을 대조하기 위함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임에도 심각한 통계들이 많습니다. 지난 2021년 자살자 수가 무려 1만3352명입니다. OECD 가입국가 중 압도적 1위에요.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의문이 듭니다”며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계층상승 사다리가 있냐는 설문에 오직 1.6%만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없다’고 답한 비율은 83.4%입니다. 나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약 80%의 청년이 ‘헬조선’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일부 통계만 봐도 대한민국이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겉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이지만 이에 무색하게 내부에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며 “이 문제는 다름 아닌 저와 같은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위기 징후가 있음에도 극복하고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실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고 우려했다.
양 전 지사는 대한민국이 겪었던 역사적 사례를 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제대로 채비를 갖추지 못했던 조선은 일본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으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비극을 겪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피력했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고 경제 상황이 변하면서 생기는 위기를 대처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양 전 지사는 대한민국에는 3대 위기가 드리웠다고 내다봤다.
“먼저 저출산입니다. 지난해 출산율 0.78명으로 우리나라가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2050년부터는 인구가 1년에 50만 명씩 줄어듭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세계 꼴찌가 될 수 있습니다. 약 10년 후에는 지방에서 폐업하는 대학교가 속속히 증가할 겁니다. 병역 가능 자원도 빠르게 줄어듭니다. 2018년 병역 가능 자원이 35만 명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작년에는 25만 명이었죠. 전문직인 부사관들이 전투를 담당하고 외적인 부분을 민간에 위탁하지 않는다면 안보조차 감당할 수 없는 암울한 실정입니다.”
양 전 지사는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다음 위기인 고령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은 고령화와 연결됩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국민연금을 받아 갈 사람도 늘어나죠. 고령화 빈곤율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나, 노인 빈곤율은 37.5%입니다. 어르신 100명 중 37명은 빈곤함을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부양 인구가 많아 어르신 1명을 4명이서 먹여 살립니다. 2070년이 되면 어떨까요? 감당이 안 될 겁니다.”
마지막 위기는 양극화다.
양 전 지사는 “아까 말했던 설문에서 왜 청년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더 많이 했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극심한 양극화에서 비롯되는 집단 좌절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2인 이상 상위 10% 가구 월 소득은 1358만 원이었습니다. 상위 20%는 890만 원이라고 나왔죠. 하위 10%는 약 127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아득한 소득격차를 꼬집었다.
그는 “대한민국 근로자 중 대기업 종사자는 12%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88%는 중소기업에서 일하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심합니다. 대기업 평균 급여가 529만 원 정도면, 중소기업은 259만 원 가량이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혼인율 격차는 24% 입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사회적 양극화는 저출산 문제로, 고령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3대 위기의 연결고리 입니다. 양극화는 고리의 핵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해소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앞에는 어두운 미래만 남을 것입니다”고 발언했다.
그는 자신의 도지사 시절 경험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경험을 털어놨다.
“저는 오래전부터 양극화와 저출산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충남도지사가 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심정으로 여러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회 양극화 대책팀을 만들었어요. 중소기업의 4대 보험료를 덜어주기 위해 ‘두루누리 사업’도 해봤고요. 충청남도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만들어 명절에 보너스를 못 주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형 사회적 주택을 지었습니다. 젊은 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은 보통 11평에서 13평정도 밖에 안돼요. 우리는 ‘꿈비채’라는 주택을 지었습니다. 25평형, 20평형이 주력은 임대아파트로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이죠.”
이어서 그는 “꿈비채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임대료를 줄여서 부담도 줄였죠. 다행히도 충청남도는 재정이 튼튼한 편입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다른 사업에 지장이 가지 않았었습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양 전 지사는 “저는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본 저는 이 문제만큼은 임진왜란을 맞닥뜨린 ‘의병장’의 심정으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하고자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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