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정치인, 늘 ‘시대정신’ 고민해야”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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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구 “정치인, 늘 ‘시대정신’ 고민해야” [북악포럼]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5.17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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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1)
강득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권력의지·열정은 강한 원동력…실패해도 좌절하지 않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저마다의 시대정신 갖고 있었다”
“국민 정서 고려 중요해…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강득구 의원이 16일 연단에 올라 강의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치’를 상실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거대양당의 정치적 기득권화와 더불어 대화가 아닌 서로를 향한 저주에 가까운 비판만이 오갈 뿐이다. 우리 정치는 왜 현 상황에 이르렀을까? 이는 오늘의 정치문화를 만든 정치인의 책임이다. 정치인의 자격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바라보는 현 정치에 대한 진단과 그가 생각하는 정치인의 조건이 무엇인지 듣는 자리를 가졌다. 경기도의원 3선을 거쳐 경기도 연정부지사를 역임하고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강 의원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지난 1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강 의원은 삶의 여러 변곡점이 오늘날 ‘정치인 강득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 변곡점은 중학생 시절입니다. 중학교를 다니면서 1년 반 동안 신문배달을 했습니다. 배달이 끝나면 늘 남아있던 신문을 읽었어요. 신문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익혔습니다. 어린 시절 신문을 많이 읽은 덕에, 중학생 시절 저는 비판적인 사고를 가진 언변이 뛰어난 학생으로 유명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신문을 돌리던 시절이 제 큰 자산이었죠.

다음은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3교대 노동자셨습니다. 3교대 근무의 특성 상 매주 출퇴근 시간이 바뀌어서 신체 리듬이 망가지기 쉬워요. 게다가 잔업이 자주 있습니다. 그러니까 몸이 일찍 망가질 수밖에 없죠. 결국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어느 날 주무시다가 피를 토하고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학을 다니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만약 노동조합이 있고 인권이 사회적으로 소중한 가치였다면 어땠을까? 이런 안타까운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강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 정치인의 조건이 사업가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무엇일까요? ‘의지’와 ‘열정’입니다. 저는 5번의 도전 끝에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컷오프도 경험해봤고 2번의 낙선도 겪어봤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지 버텼습니다. 살아남겠다는 그 의지로 오늘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과 만나게 됐습니다.

강 의원은 두 번째 조건으로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루이 16세와 정조대왕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루이 16세는 사냥을 참 좋아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날에도 사냥을 나갔습니다. 민심을 읽지 못한 결과, 루이16세는 기요틴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반면 정조대왕은 어떨까요. 먼저 계급제를 타파하고자 했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서자들도 관직에 나올 수 있도록 ‘서얼허통’ 정책을 실시해 실학파가 등장했습니다. 또한 금난전권을 폐지해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즉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한 거죠. 그 결과 정조대왕은 오늘날에도 칭송받는 군주가 됐습니다.”

강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도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승만의 농지 개혁은 역사학자들이 높게 평가합니다. 유엔군의 참전과 우리 국민의 애국심도 있었지만,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버틸 수 있었던 원인으로 농지개혁을 꼽습니다.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통해 농지를 국민에게 배부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기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북한과 열심히 싸웠습니다. 대부분 학자들은 농지개혁을 하지 않았더라면 민중들이 북한 편을 들었을 거라 평가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비록 쿠데타로 정권을 취했지만, 경공업과 중공업을 차례대로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떨까요? 노 대통령의 강점은 실용적 리더십입니다.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용적 관점에서 한미 FTA 협정을 체결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 한미 동맹을 강화시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되기 전까지는 사드(THAAD)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사드를 추가 도입했습니다.

지도자는 역사의 큰 줄거리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은 가치 중심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늘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큰 틀의 전략과 비전에 대해 생각하고, 끊임없이 조직원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를 통해 조직의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정치인과 리더의 역할입니다.”

그는 다음 조건으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저는 도의원도 해보고 부지사직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이 됐죠. 제게는 권력의지도 있었고, 끊임없이 시대정신을 고민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조건은 도덕성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당연히 문제가 없어야죠. 하지만 법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국민의 정서입니다. 김남국 의원이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중에 비트코인을 했는데, 그게 문제가 안 되나요? 국민들이 용인하겠어요? 겸허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공직자라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늘 고려해야합니다.

우리 당 돈 봉투 사건도 그렇습니다. 십 수 년 전에는 그게 관행이었습니다. 지금도 관행으로 남아있죠. 그런데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에 따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제는 국민의 눈높이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정치인이라면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합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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