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윤 “한국, 인도 진출 하려면 제국주의 벗어나야” [토정포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전명윤 “한국, 인도 진출 하려면 제국주의 벗어나야” [토정포럼]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8.23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류, 코로나 19 시기에 인도에서 유명해져
한국 언론, 국제 뉴스 해석하는 능력 부족해
제국주의에 접어든 한국…경계심 가져야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 신성일 PD
전명윤 작가가 연단에서 ‘인도로 가는 길 Passage of lndia’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시사오늘 신성일 PD

전명윤 작가는 지난 21일 토정포럼 연단에 올랐다. ‘인도로 가는 길 Passage of lndia’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전 작가는 저명한 아시아 역사문화 탐구자로 알려져 있다. 

전 작가는 본 강연에 앞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도약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인도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이 유명해졌을까?'로 시작했다. 

“흔히 정치권력의 향배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깥을 나가보면 세상을 바꾸는 건 기업의 힘이에요. 해외 나가서 한국 대통령 이름 얘기하면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LG, 삼성, 현대를 얘기하면 모르는 외국인은 없죠. 20세기 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일본과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잘 몰랐죠.”

인도에 한류가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의 덕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무렵, 인도는 락다운 정책을 펼쳤어요. 인도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매일 2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무료로 줬어요. 사람들이 밖을 못나가니 집에서 OTT 같은 것을 시청하다가 한국 드라마도 그들에게 퍼진거에요. 그런데 이 드라마들이 인도인의 기호에 맞은거에요. 인도는 가족 중심적인 전통적인 사회에요. 때문에 우리 드라마가 인도 문화권에 거부감 없이 퍼진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작가는 한국은 여전히 외국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신문을 예로 들었다. 당장 인도의 유력 일간지만 하더라도 총 32면 중 약 4면이 국제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력 언론사의 국제면은 1면에 불과하다. 그 조차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에 그친다. 

또한 그는 한국 언론이 국제뉴스를 다루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해설 기사가 적고, 사실 위주로만 보도하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이 신문을 펼쳤을 때 보도된 사건의 앞뒤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요. 특히 그 나라가 제3세계 국가라면 말이죠. 해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왜 그런지 풀어낼 수 있는 언론이 적죠. 그러다 보니 국제 뉴스를 도외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구조죠.”

그는 “게다가 한국은 하나의 언어로 말하고 하나의 사고를 하죠. 단일민족 신화나 이런 것들 때문에, 주류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합니다”고 부연했다.

“이를테면 미국이 위나라, 중국이 오나라, 우리는 촉나라쯤 되는 삼국지와 같은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예요. 근데 세계는 수많은 열국지의 세계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가 열국지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늘 삼국지의 세계관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려고 합니다.

문화권은 지역마다 달라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문제가 없으면 상대방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내가 문제없는 일에 대해서 상대방의 문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국제 관계로 봤을 경우에 이게 가장 큰 문제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이거든요. 지금 우리사회에도 ‘무슬림은 왜 돼지를 못 먹지? 바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 강자의 위치에서 타문화권을 조롱하기도 하죠.”

그는 대한민국의 본의든 아니든 제국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1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가장 큰 증거 중 하나거든요. 그럼 우리는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근데 우리는 타문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그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함으로서 스스로 평을 깎아먹는거죠.”

전 작가는 FTA 체결 당시 정부가 사용한 홍보문구를 소개했다. 문구는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가 넓어진다’다. 그는 홍보 광고가 나왔을 때, 아시아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베트남하고 인도에 있는 지인들이 ‘경제 영토 혹은 경제 식민지라는 표현도 몇몇 매체가 썼는데, 혹시 한국이 제국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어요. 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처럼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들이 많기에 되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요. 일종의 피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는거죠. 그래서 지인들에게는 아니라고 해명했어요. 우리가 무슨 제국주의로 가느냐, 그냥 국내 홍보용으로 만든 것이라고요.”

또한 전 작가는 한국인이 인도에서 실수하는 원인에 대해 꼽았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뭐냐 하면 자신들의 사고 방식이 해외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는거에요. 각 나라마다 다르거든요.”

전 작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변화로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교류가 약화되면서 대안으로 찾은 국가는 인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깊은 탐구가 부재한 점을 지적했다.

전명윤 작가가 인도의 지역별 차이점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시사오늘 신성일 PD
전명윤 작가는 인도에는 28개의 공용어가 있으며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고 말했다.ⓒ시사오늘 신성일 PD

“인도는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대륙에 가깝습니다. 인도는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데 언어도 많습니다. 우리는 한국어 하나만 공용어로 사용하잖아요. 인도는 공용어가 28개에요. 지역마다 쓰는 언어가 다 다릅니다. 언어가 다른 만큼 지역별로 문화도 달라요.”

“한 예로 구자르트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약 대한민국의 2배 정도 면적이고, 인구도 6000만 명입니다. 이 지역은 채식 인구가 61%에요. 또한 금주 지역이죠.

이렇듯 지역별로 다른데 우리 기업이 인도에서 마케팅을 할 때 하나의 나라로 취급하고 하는 잘못을 저질러요. 인도는 지역마다 언어도, 문화도, 관습이 다 달라요. 그래서 국가 단위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에요.”

전 작가는 강연을 마치며 제국주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우리나라가 번영을 하기 위해선 해외로 나가야 되고, 그러려면 우리의 현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제국주의의 초입에 서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하고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