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그들 때문에 더욱 무더웠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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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그들 때문에 더욱 무더웠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2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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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확산에 늑장 대응 온정주의까지”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 않겠다 말장난”
“개혁 피로감에 민심도 떠나고 있다”
“흉악범죄엔 구 내무부식 대처가 정답”
“내년 여름 국민 무더위 식혀줄 과감한 선택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범정부 훈련인 을지연습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실시됐다. 사진은 군과 경찰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을지연습으로 테러 대응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번 여름은 천재에 더해 이런저런 인재들이 우리를 더 덥게 했다. 폭염과 기습장마 등 천재에 대해서야 탓할 처지가 못 되지만 인재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피부에 와닿는 순서대로 인재의 종류를 꼽으라면 대낮에 칼부림한 자들, 불체포특권 포기를 놓고 말장난을 벌이고 있는 야당, 끊임없이 개혁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는 정부 여당 등이다. ‘큰 힘’을 가진 순으로 다시 정리하면 정부 여당, 야당, 그리고 칼부림 벌인 자들이 되겠다. 

총선 스케줄에 맞춰? 민심 다 떠난 후에?

끼리끼리… 검사 편중 인사 이야기가 주춤하는 듯(?) 하더니 그 틈새를 타고 특정 부서, 학맥의 돌림인사가 여지없이 판친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도 정부 주변에서부터 말이 나기 시작, 일주일도 안 돼 서민들에게까지 모두 전달된다. 경제부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경제부처는 재정경제부 한 곳만 남겨두면 되겠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고 있다. 

개혁 피로감… 국민권익위가 지난 몇 년간의 국·공립대학 교수들 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받는 중이란다. 옳게 썼든 마구 썼든 교수나 학교 측으로서는 매우 귀찮고도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몇 년간 돈 쓴 내역을 모두 제출하라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들은 개혁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혁이란 게 속성상 피로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으려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아, 이렇게 잘 못 돼왔구나. 개혁이 필요하긴 필요하네!”라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재까지는 개혁의 성과가 보이지를 않는다. 

대장동, 백현동, 대북 송금으로 대표되는 이재명 야당 대표의 혐의를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공방을 벌이는 일이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국민을 의심케 하고 짜증 나게 하는 대표적인 정치권의 꼴불견이다. 벌이기는 속전속결로 벌여놓고 진행은 더디기만 하니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의심에 의심을 더하게된다.  

정부 여당이 이 모든 걸 총선 스케줄에 맞춰 진행한다는 추측도 난무한다. 당연히 형식이야 검찰이 진행하는 것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형식에 불과하다. 이제 그런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야당과 반대파는 지속적으로 정부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작은 죄를 침소봉대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함께 피로감이 나날이 더해지는 것이다. 

총선전략으로도 무엇보다  최우선인 건 국민들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일이라는 점을, 정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전략’이라 쓰고, 우린 ‘잔머리’라고 읽는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치를 떨 만큼’ 싫어하는 건 그가 의원들의 공격에 주눅 들지 않고 일일이 맞대응해서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실책이나 꼼수의 정체를 매우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에 적확한 대응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장관은 언론인을 했어도 매우 잘했을 캐릭터다.  

“불체포특권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국민 피곤하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둘러싼 민주당의 변덕과 꼼수의 정체는 한 장관의 이 한마디로 충분히 드러났다. 

네 번이나 방탄국회를 하다가 난데없이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라는 발언이 나온 후에 다시 ‘(며칠 안 되는 비회기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라’ ‘체포동의안 표결에 (민주당 의원들) 모두 들어갔다가 다 퇴장하자’ 등 변덕과 꼼수를 직격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요즘처럼 야당이 국민에게 외면받던 때가 있었던가? 독재정권 때와 군사정권 때는 물론이고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부 여당의 전횡과 독선을 막아서는 야당의 역할에 많은 국민들이 공개적으로든 내심으로든 큰 박수를 보냈었다. 요즘 흔히 얘기하는 보수 정권, 진보 정권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은 야당이 그야말로 분골쇄신 (粉骨碎身)의 의지로 탈바꿈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꼼수를 ‘전략적’이라고 쓰는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또 잔머리 굴린다!’라고 읽는다. 

정글이 된 도심 거리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루나무 벌목 작업을 지도하던 미국인 장교 2명이 북한군에 의해 도끼로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박정희 대통령의 어록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다”. 거친 말이기는 해도 딱 맞는 말이다. 당장의 주변 피해를 막고 광견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미친개는 즉시 박살하는 게 마땅하다. 온정을 베풀 대상이 아니다. ‘미친개’ 같은 인간들에게도 꼭 필요한 처방이다. 그런데 말만 그랬고 몽둥이질이 따르지를 않았다. 이후 아웅산 폭파, 칼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미친개’ 같은 짓이 지속돼 왔다. 그들에겐 역시 햇볕보다는 몽둥이가 정답이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어처구니없고, 사회 근본을 파괴하는 성격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여름 내내 이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점잖은 독자들이 더운 여름을 더 덥게 지나게 할까 봐 자제해 왔다.

신림동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며 시작된 도심 칼부림은 이제 지방 도시로 확산 중이다. 대전과 부산으로 확산했으며,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치안당국이 지금 하는 모습대로라면 소도시로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신병자들과 흉악범들의 도심 칼부림이 이렇게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또 미친 자들이 게임을 즐기듯 칼부림 살인을 지속하는 가운데  머그샷 공개와 성폭행 살인마의 얼굴 공개도 며칠씩이나 걸리는 판이다. 

이 판에도 턱없는 온정주의와 TV 등에 출연해 말을 해야 먹고사는 ‘목숨 장사꾼들’의 헷말씀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살인자의 되지도 않는 변명에 귀 기울이는 그들에게 피살자 사촌형이라 밝힌 김모 씨의 피 끓는 절규를 요약해서 다시 들려주고 싶다. 

“동생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 “서울에 있는 꿈 꾸던 대학에 합격한 뒤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일 때 수능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났음에도 빈소를 지키고,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을 챙겼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 

이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은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나이에 시작해 만성적 경과를 보이는 뇌 질환이다. 설사 조현병 병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병력이 끔찍한 살인죄의 죄과를 덜어줄 수 있는 것일까. 살인자들이 언뜻 실토한 “나는 불행한데 남들 불행하지 않은 게 불만이어서” 또는 “충동적으로”. 실질적으로 폐지되다시피 한 사형을 집행해 달라는 유족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몽둥이’가 답이다. 

온정주의와 우유부단한 정부 대책이 예비 흉악범과 모방범죄 예비군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여유를 갖게 하는 원인이 된다. 정부가 뒤늦게 겨우 한다는 게 의경 재도입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고쳐 경찰관 직무 수행 중에 일어난 과실에 따른 감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총은 쏘라는 게 아니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관들의 냉소적인 말이다. 마약 등으로 인한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사태를 맞아 당장 미국의 경우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경찰관의 재량권을 대폭 늘려주는 방안이 긴요하다. 오죽하면 현직 경찰이 “각자 도생하세요”라는 글을 올렸겠나. 경찰들에게 ‘몽둥이’를 쥐여줘야 한다.

쇼핑몰에서 요즘 20대 청년들의 인기 구입 품목이 삼단봉과 전기충격기라고 할 정도로 비상사태인데도 여전히 행정안전부는 느긋하다. 행안부 전신인 수십 년 전의 내무부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강력 사건이 터지면 장관과 치안본부장 이하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 밤샘 근무를 해가면서 수일 안에 사태를 진정시키는 조치에 진력했다. 당연한 결과로 모방범죄로 인한 확산세는 대부분 그때마다 바로 멈췄었다. 

정부는 고질적인 늑장행정, 뒷북행정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매 사건 서두르는 기색 없이 느긋하게 대응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총리 지시에도 불구하고 야영지를 떠나 숙박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 그들은 앉아서 하는 판사 일이나 경제학 교수 일에는 맞을지 몰라도 수시로 터지는 비상사태에 즉각 즉각 대응해야 하는 일선 각료로서는 부적합하다. 윤정부 인사의 한계를 보이는 케이스다. 

내년 여름에도 여지없이 폭염과 기상이변은 지속될 것이다. 정쟁이라도 좀 사그라들고, 흉악범죄라도 줄어들어 서민들의 삶이 올해처럼 괴롭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그 모든 일의 큰 책임은 정부가 떠안고 있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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