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원희룡·한동훈 장관 [金亨錫 시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아까운’ 원희룡·한동훈 장관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7.21 09:19
  • 댓글 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총선 출마 불가피”
“당정 내부 정리 마친 듯 바쁜 행보”
“원은 돌직구 환원, 한은 호남에서 ‘출사표’”
“1/300보다는 국무위원 역이 제격인데…” 
“국토부 후임 인선에 특히 관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두고 추측하는 말들이 많다. 내년 총선에 ‘나갈 것이다, 아니다’라고 전망이 엇갈리는 모양이다. 그게 추측이 필요한 사안일까?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일찌감치 레임덕을 맞을 거고 국민의힘도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국회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내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며, 지명도나 능력 면에서 스타급으로 자리매김한 원과 한을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공천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든, 본인들의 의사가 어떻든 두 사람의 출마는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총선 이전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든가, 아니면 민주당이 ‘폭망’해서 국민의힘이 아주 여유를 갖게 되는 등의 큰 이변이 없는 한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두 장관의 출마를 원할 것이고 또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원희룡의 돌직구 환원 

원희룡 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 업무를 그동안 비교적 무리 없이 잘 처리해 왔다. 집값을 잘 잡아 왔고 건설 노조 대책을 소신껏 추진하면서도 가급적 큰 소리 내지 않고 다뤄왔다.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해외현장을 뛰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그 과정에서 야당이나 이익단체들과 큰 마찰 없이 원만하게 일을 추진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보이던 일타강사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전후해 원 장관의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제의 성격이 그렇기도 했지만 얌전한 국무위원의 모습에서 일전을 불사하는 투쟁적인 정치인의 모습으로 일시에 변모했다. 즉각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고 정치 장관으로서의 초강수를 두는 모습이었다. ‘본색’을 드러낸 원 장관은 그의 말대로 “장관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맞짱을 뜨자”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야당에 선전포고를 마친 상태다. 

‘과거의 원희룡은 잊어라’라며 투사로 변신한 그의 모습에 보수층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야당의 오염수 공세와 김건희 여사 관련 공세 등에 답답해하다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응원 화환도 대거 보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초기의 응원 화환과 비슷한 양상이다. ‘사이다’로 변신한 원희룡은 이제 장관보다 정치인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원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까지 주장하며 벼르고 있다. 한동훈 장관의 몸집을 불려주던 때를 연상케 해준다. 민주당의 공격이 그런 식이라면 원 장관은 금세 한 장관을 능가하는 대형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남에서 ‘출사표’ 던진 한동훈

원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한동훈 장관의 ‘정치인’으로의 변신도 시작됐다. 과감하게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으로 보폭을 크게 넓히며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종전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야당 쪽에 보낸 셈이다. 

제주 4.3 사건 재심 청구 등과 관련한 일정, 영암조선소 방문, 김영록 전남도지사 면담 등이 주요 일정이었다. 그동안 대외 활동을 거의 않던 한 장관의 이런 행보는 두 말이 필요 없이 출마 선언 암시로 읽힌다. 안전모를 쓴 채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공장을 둘러보는 한 장관의 사진, 김영록 전남지사와의 화기애애한 사진은 민주당의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수주 물량이 많음에도 인력이 없어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절실한 상황. 지금은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데에는 여당과 야당의 마음은 같아야 한다. 김 지사님과 저도 그 선의로 함께 일하겠다.”

민주당을 속 터지게 하는 말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 지사는 어찌 그리 살갑고도 우호적인 표정을 보이는 건지. 이래저래 한 장관의 호남 방문은 민주당을 매우 긴장하게 한다. 제주 4·3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진영논리 초월하겠다”는 언급은 이제까지의 민주당 ‘몫’을 가져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한 장관의 정계 진출 선언은 지난 15일 제주에서 열린 ‘제46회 제주 포럼’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강연 제목이야 ‘경제성장을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이라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제목일 뿐이다. 

기업의 성장이 대한민국 성장 그 자체. 이병철을 비롯한 기업인에 대한 ‘영웅’ 칭호. 과거 기업에 대한 저승사자 역할을 하던 한 장관의 말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다. 완전한 정치인으로 변신이며 정계 입문 선언이라기보다 대선 출사표처럼 보일 정도다. 

원·한, 두 장관의 이런 행보는 최근 당정 간에 합의가 이뤄진 바탕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게 옳겠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 본격적으로 총선 체제에 돌입할 거다. 상대적으로 민생과 경제 분야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두 장관의 이탈이 더욱 아쉽다는 얘기다. 

두 장관이 ‘아깝다’고 하는 이유

원희룡 장관과 한동훈 장관은 정부 자체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으로서, 국무위원으로서 그만한 평가를 받아온 사람들은 흔치 않다. 그들만 한 후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법무부야 그런대로 법조인 출신 중에서 잘 골라본다 치자. 그러나 특별하게 장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업무실적이 크게 차이 나는 국토교통부가 문제다. 

주택 가격을 둘러싸고 내내 혼선을 빚었던 지난 정부 때와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다. 정치권에서 낙하산을 태워 내려보낸 함량 미달 장관으로 인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골병든 대표적인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다루는 분야나 내부 사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과의 협조 면에서 원 장관 같은 실세 장관이 아니면 독립적으로 그 복잡한 고유 업무들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취급 업무가 어느 부처보다도 다양하다. 굵직한 것만 꼽아봐도 주택, 그린벨트, 국내외 건설, 고속도로와 국도, 국토 일반, 항공, 택시ˑ버스 등 육상교통 업무 등이 있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권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당시의 건설부, 교통부를 무리하게 통폐합한 이후 3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과거 건설부 쪽과 교통부 쪽의 화학적 통합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제주지사 경험이 있고 장악력도 있는 원 장관의 지휘 아래 관련 업무들이 겨우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 시작한 터였다.  

거듭 말하지만, 윤 정부 입장에서 두 장관을 총선에 차출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모처럼 제 자리를 찾아가는 해당 부처의 업무가 당분간 또 흔들릴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후임 인선에 특별히 관심이 가는 이유다. 
하긴 정치의 계절에 흔들리는 곳이 어디 한두 군데랴 만은…!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켜보다가 하는 말 2023-07-22 16:13:55
어느 언론에서 한동훈은 말로, 원희룡은 행동으로 어필한다는 취지로 보도된 적 있었는데 대체로 수긍 가는 측면 있음.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대해서 바로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 방 먹이는 한동훈이 시원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임. 반면, 원희룡은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대해서 바로 말로 반박하는 것 없이 시종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행동과 결과로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스탠스가 답답하다고 생각함. 국민들은 원희룡의 진정성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음. 그만큼 바쁜 현대사회임. 뭔가 잘못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듯.

김정희 2023-07-21 12:29:49
검사출신은 무능하다는걸 윤석열이가 몸소 보여주고 있음..ㅋㅋ

민진우 2023-07-21 12:02:43
정치의 페러다임주기는 20년이라 하더라구요 노무현등장 후 20년이 지났습니다 운동권에서 엘리트로 바뀌는 그 선봉장이 한동훈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화이팅!

김나나 2023-07-21 12:01:39
한동훈 차기대통령임. 한동훈은 현상을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아젠다 설정능력이 탁월함 애민정신이 투철하고 실행력과 균형감각 또한 갖고있다 ●민주당의 온갖 반대에도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수사력을 복원 ●정작 좌파들은 외면한 인혁당과 4.3사건의 억울한 피해자들 구제 ●엄정한 불체자단속과 상호주의를 중시하면서 인구위기 대비 이민청을 준비하는것만 봐도 그렇다

이병수 2023-07-21 12:00:53
바로 내다봤네 아마도 국회의원이냐 총리냐? 그건 미지수지만 대권도전은 맞을것같다젊은 대통령 설레는 상황아닌가? 한장관은 경제공부를 좀더깊이 하길기대하면서 극한응원합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