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통계조작 - 반(反)국가 진상은?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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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통계조작 - 반(反)국가 진상은?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10.1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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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문란 범죄로 엄벌하라
철저한 수사로 정치 시비 차단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25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유경준 의원이 '문재인 정부 국가 통계 조작 사태'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5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유경준 의원이 '문재인 정부 국가 통계 조작 사태'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감사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되는 중범죄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에서 자행된 통계 조작은 국정농단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사기극 주인공이 대통령이 관장하는 최고 권력기관이자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라는 점이 더욱 낯부끄럽다. 문 정부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들먹이고 국민을 앞세운 대목을 떠올리면 배신감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현실을 왜곡하는 통계조작은 올바른 정책 수립을 방해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 공산국가나 독재정권에서도 통계 왜곡으로 현실을 가린 사례가 있다.

소주성 실패 덮기위해 통계 왜곡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주택·소득·고용 통계를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집값 등 주요 국가 통계조작이 수년간 이뤄졌다며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이 모두 들어갔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도 포함됐다.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관련 국가 통계를 왜곡·조작했다는 혐의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밝힌 통계 조작은 집값뿐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7년 1∼4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계속 악화했는데도 개선된 것처럼 공표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등이 이런 통계를 들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해서도 거짓해명, 통계조작이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통계청 압박 조작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청와대가 받은 걸 인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것”이란 해명을 내놓도록 통계청을 압박했다고 한다.

또 청와대는 2017년 2분기, 4분기에 각각 가계소득, 소득 불평등도가 악화되자 통계 가중치를 조정해 양쪽 모두 개선된 것처럼 바꾸게 했다. 2019년 8월에는 소주성의 취지와 반대로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처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부동산·소득·일자리 등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한 국가 공식 통계를 정치적 이득을 위해 조작하는 일이 있었다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될 국기문란 행위다.

엉뚱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집권 첫 분기인 2017년 2분기부터 가계소득 급감이 나타나자 문 정부는 ‘고소득자 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소득 증가율을 조작했다고 한다. 또 기대와 달리 소득분배가 끝없이 악화 중인 사실을 불법 사전 보고로 확인한 뒤에는 표본 조정, 기준 변경, 임의 조작 등 갖은 편법 불법을 자행했다. 이런 조작을 거쳐 분배 악화는 분배 개선으로 돌변했고 ‘소주성 효과’라며 대대적 홍보가 이어졌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취약층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긍정적 효과가 90%’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뜬금없는 발언도 조작 결과였음이 드러났다.

부동산 통계 조작 심각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8월에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기에 “청와대는 신문도 안보나” “대통령은 별나라에 사는 거냐” 등의 비판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던 게 조작된 통계 때문이었음이 이제서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2020년 2월 하순부터 국토교통부에 수도권(경기·인천) 집값 변동률의 ‘주중치’(금요일)와 ‘속보치’(월요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총선(4월 15일)을 두 달 앞두고 보고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부동산 고강도 대책으로 서울 강남 집값 변동률은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풍선효과’로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동률이 상승하자 또다시 조작을 지시한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위험 부담이 큰 추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에 통계를 매만지는 방식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감사원은 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집값 동향 발표 전 수시로 부동산원에서 통계를 미리 보고받고, 영향력을 행사해 일부 숫자를 고쳤다고 봤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2019년 6월에는 국토부 측이 “저희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0.01%로 고쳤다고 한다. 비슷한 일이 4년 5개월 동안 최소 94회 벌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통계는 국민의 체감과는 동떨어진게 많았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했다. 정부 통계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기초가 되는 중요한 자료다. 통계가 정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합당한 대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에 유불리를 따져 통계에 손을 댔다면 국정의 근간을 뒤흔들수 있는 중대 범죄임에 틀림없다.

관련자 엄중 처벌을

감사원 조사 결과들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정책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덮으려 했다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들은 “전 정부 통계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 감사조작”이라고 받아쳤다. 검찰은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22명을 포함해 성역없는 수사로 연루자를 낱낱이 밝혀내 엄벌해야 한다.

이제 공이 검찰로 넘어간 만큼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사실에 기반한 객관적인 수사와 재판만이 ‘정치적 의도를 지닌 감사’라는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 가짜 통계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철저한 검찰 조사가 뒤따라야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확한 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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