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반짝 성장했던 명품플랫폼들이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에 새로운 생존 활로를 모색 중이다. 다양한 이커머스 기업과의 협업을 늘리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면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어쩌면 ‘적과의 동침’…이커머스와 적극 제휴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플랫폼들은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고 있다. 트렌비는 이날부터 11번가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와 중고명품 분야 제휴를 시작했다.
이번 제휴로 11번가 우아럭스에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디올 등 트렌비가 엄선한 중고 명품 약 5000개 상품이 새롭게 추가된다. 이 상품에는 다음 달 진행되는 11번가의 연중 최대 쇼핑축제 ‘그랜드 십일절’(11월 1~11일) 기간 중 다양한 쿠폰 혜택이 제공된다. 트렌비와 11번가는 향후 중고 명품 외에도 계속해서 연동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캐치패션은 G마켓과 옥션에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이번 캐치패션의 G마켓과 옥션 공식 스토어에서는 66만 개의 명품을 판매한다. 아미, 엔타이어스튜디오, 우영미, 자크뮈스, 피어오브갓, 휴먼메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2월엔 SSG닷컴에도 공식 스토어를 선보였다. 이 스토어에선 1만5000여 개 명품 브랜드의 15만 종 상품을 선보인다.
머스트잇은 CJ온스타일과 손잡았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을 통해 CJ온스타일 플랫폼 내에서 머스트잇이 판매 중인 상품 약 3만5000개를 구매할 수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 5월부터 CJ온스타일에 자사 상품 API 연동을 시작하고 안정화를 마쳤다. 연동 대상 상품은 머스트잇의 직매입 상품과 우수 판매자로 선정된 42곳의 일반 판매 상품이다.
명품플랫폼과 이커머스 업체 간 협업은 ‘윈윈’(win-win)을 목표로 한다. 최근 명품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신규 소비자 유입을 노리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는 협업을 통해 명품플랫폼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명품플랫폼은 자사 플랫폼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형 이커머스를 발판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명품 취급을 늘릴수록 명품플랫폼의 생존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계속돼 왔는데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 가능”…매장 열고 신뢰도 제고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명품 특성상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여전히 크다. 소비자 외연 확장과 신뢰 제고를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온라인 가품 판매 논란은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적이다.
중고명품 전문기업 구구스는 지난달 플래그십 매장 ‘구구스 청담 블랙’을 오픈했다. 청담 명품거리에 110평 규모로 들어선 구구스 청담 블랙은 VIP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한 프라이빗 콘셉트 매장이다. 톱(TOP) 브랜드 라인업과 S등급 위주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사전예약을 통해 대기 시간 없이 빠르게 상품 판매 및 구매가 가능하다.
구구스는 청담 블랙 매장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파텍필립, 오데마피케, 롤렉스, 에르메스, 샤넬, 까르띠에 등 70여 개 명품 브랜드들의 시계, 주얼리, 가방, 의류·신발, 악세서리 카테고리 등 총 900여 점 이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구구스에서 판매 중인 전 상품을 옮겨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보고구매’ 서비스를 제공, 온·오프라인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렌비는 LF의 명품 시계 편집샵 라움워치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트렌비는 명품 시계 카테고리에서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트렌비는 라움워치가 보유한 셀렉션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시계 제품 소싱력을 강화하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고객을 만나는 접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종현 트렌비 대표는 “고가의 명품 시계는 고객이 구매하기 전에 실물로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가 매우 크다”며 “라움워치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명품 시계를 온라인으로 거래한다는 심리적인 장벽은 낮추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거래의 편의성과 혜택은 그대로 살려 오직 트렌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명품 시계 거래 방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 1호점을 열었다. 커넥티드 스토어에서는 모든 상품의 온라인 재고와 가격을 확인하고 착용해볼 수 있으며, 온라인 가격과 혜택을 적용해 결제할 수 있다. 결제가 완료된 상품은 바로 가져가거나 당일 배송으로 원하는 곳으로 받아볼 수 있다.
찬바람 부는 명품플랫폼…시장 성장 전망은 유효
명품플랫폼업계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팽창한 수혜를 누렸으나, 엔데믹 전환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고 출혈경쟁까지 심화하면서 경영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명품 수요를 꺾이게 했고, 한때 유명 배우들을 모델로 앞세워 벌인 공격적인 마케팅은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각 사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머스트잇의 영업손실은 168억 원으로 전년(100억 원)보다 손실이 더욱 확대됐다. 발란도 374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100억 원) 대비 늘어난 수치다. 트렌비는 전년(303억 원)보다는 손실을 줄였지만, 여전히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08억 원에 달한다.
일부 업체에서 가품 이슈, 환불 정책 등 논란이 발생하면서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었다. 해당 문제로 최형록 발란 대표와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려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명품플랫폼의 불공정 약관, 거짓·과장 광고 등을 여러 차례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명품플랫폼 이용자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트렌비 72만 명, 발란 58만 명, 머스트잇 29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1~2월 평균 MAU는 각각 35만 명, 36만 명, 18만 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온라인 명품 시장 자체는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어느 업체가 먼저 승기를 잡느냐가 생존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은 지난 2021년 2조2198억 원에서 지난해 약 2조43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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