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생’ 경쟁…‘눈치싸움’ ‘반짝생색’ 변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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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상생’ 경쟁…‘눈치싸움’ ‘반짝생색’ 변질 우려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1.0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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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금융, 1000억 규모 소상공인 지원 추진
KB·우리·농협금융도 조만간 지원 대책 발표할 듯
16일 금융당국-금융지주 수장들 상생금융 간담회
지원규모·발표속도 경쟁 양상…본질 퇴색 지적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석열 대통령이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권 질타성 발언이 나온 직후 5대 금융지주가 상생금융정책을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놓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중점을 둔 정책이 나왔는데, 이는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이미 신한금융도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을 마련한 가운데 KB금융, 우리금융, 농협금융 역시 이르면 이날 중 관련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주진 않았지만, 하나금융이 소상공인 지원을 담은 상생금융정책 발표를 전후로 타 금융지주들 모두 긴급하게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의 경우 임종룡 회장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릴 정도였다.

5대 금융지주가 이처럼 신속하게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앞다퉈 내놓거나 준비하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강도 질타 발언, 이른바 ‘소상공인 은행 종노릇’ 발언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니 ‘은행 종노릇’ 한탄이 나올 정도로 고금리에 힘들어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하나은행)은 지난 3일 5대 금융지주중 가장 처음으로 총 1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원리금 상환 부담 경감 위한 ‘이자 캐시백’ 추가 실시 △에너지생활비·통신비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 위한 컨설팅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어 신한금융은 지난 6일 총 1050억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등은 아직 관련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현업부서와 구체적인 대상, 이자감면폭과 적용 기간등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중인 단계로 전해진다. 미세 조정이 끝나면 관련 정책이 이르면 이날 중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책 혜택 규모 등에서 다른 금융지주와 확연하게 차이가 나면 안된다는 압박감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차별화도 고심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앞서 금융지주들 중 가장 먼저 상생금융 정책을 발표해왔던 우리금융에서도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추가 상생금융 정책을 발표하기 전, 이전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별 상생금융 확대 방안의 실효성을 면밀이 검토한 후 공동발표할 예정으로, 방안의 속도만큼 내실을 기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상생금융정책 발표가 경쟁 양상을 띤 배경에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5대 금융지주회장단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간담회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열릴 간담회의 주제는 ‘상생금융’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정책 압박이 예고된 상황에서 일종의 선(先) 협상카드인 셈이다.

다만, 급박하게 이뤄진 금융권의 상생금융 정책 발표를 두고 안팎에서 우려와 불만도 나온다. 고도의 경영적 판단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 눈치보기에 급급해 일회성 정책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그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상생금융 정책이 본질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이 9월 상생금융 실적으로 밝힌 69.3조원 중 실질적으로 취약차주에게 돌아간 혜택은 10.6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혜택은 단순 금리 인하로, 고(高)신용자들이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김종민 의원은 “서민을 지원하겠다던 상생금융이 고신용자 지원금융이 돼 버렸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에 상생금융 실적만 강요하지 말고, 지원이 실제 소상공인 등 서민지원과 이어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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