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또 때리는 尹, ‘공공의적’ 만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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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또 때리는 尹, ‘공공의적’ 만드는 까닭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1.04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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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은행 공공재”…상생금융 확대 물꼬
“은행, 독과점에 갑질”…금융개혁 시도?
‘은행산업 신뢰’ 문제…부실양산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또다시 날선 발언을 쏟아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은행권이 정치권으로부터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온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공개석상에서 지속적으로 비판성 발언을 쏟아내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굵직한 회의 때마다 ‘금융은 공공재’, ‘돈 잔치로 인한 국민 위화감’, ‘은행산업 과점 폐해’ 등 은행권을 겨냥한 작심성 발언이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타운홀 미팅 형태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독과점 갑질’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소위 ‘찍혔다’는 불안감과 함께 ‘은행이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유독 은행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대통령후보시절 주요공약 중 하나가 은행 예대마진(예대금리차) 축소였으며,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은행권에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를 지게 했다.

<시사오늘>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은행권을 겨냥한 발언들과 그 영향을 분석하고, 왜 은행권을 향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봤다.

 

尹 “금융은 공공재”…쏟아져나온 금융지주發 ‘상생금융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내놓은 작심발언중 가장 화두가 된 건 ‘금융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이른바 ‘금융 공공재’ 발언이다. 이 발언은 올해 2월 13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왔다. ‘은행의 돈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나온 해당 발언은 국내 주요은행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서민금융, 특히 취약계층(차주)에 대한 보호에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대치인 3.50%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고금리가 은행에 유리한 영업환경이었던 것과 달리 취약차주들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어려움에 빠져있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취임과 함께 시작된 고금리 기조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윤 대통령이 취임할 즈음 1.50%로 시작해 현재 3.50%로 그 사이 2.0%포인트 올랐다.

특히 취임 2개월차에 열린 7월 한은 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50bp 인상 단행)이 이뤄지면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시장과 취약차주에 부담을 줬다.

이 같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은 공공재’ 발언은 사실상 은행권이 취약차주 고통분담에 나서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실제로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전국은행연합회는 10조 원 규모의 취약차주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은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금융지주들은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윤 정부 입맛에 맞는 다양한 금융포용정책을 내놓으면서 고통분담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또한번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성 발언이 나온 직후 시중은행들은 상생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작심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尹 “은행 독과점 갑질” 질타…은행권은 ‘할많하않’ 속앓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생정책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낸 ‘금융 공공재’ 발언과 달리 ‘은행 독과점 폐해’, ‘독과점 갑질’ 발언은 안팎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심의 은행권 경쟁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은행산업 진입규제 문턱을 낮춰야하는데, 부실은행 양산이라는 부작용도 감안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은행 독과점 발언이 처음 나온 건 지난 2월15일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보다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으로 갑질을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대출이자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 자영업자의 처지를 듣고 나온 것이라는 배경을 감안해도 이전보다 분명 수위가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독과점 페해 발언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은행권 공정경쟁 제도개혁에 속도를 내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다만, 금융권 일각과 야당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은행 진입장벽 낮추기가 부실은행 시장진입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시중은행은 대외적 위험에도 버틸 수 있도록 몸집을 키운 상황이다. 실제로 과거 IMF 당시 은행 부도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은행 통폐합이 이뤄져 지금의 시중은행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미(美)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 파산 사태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파산한 SVB는 가계대출보다는 스타트업등 중소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일종의 특수은행이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은행경쟁 활성화를 위해 거론된 방안이 스몰 라이센스 도입, 챌린저 뱅크 설립 등 바로 SVB처럼 특수은행을 늘려보자는 거였다. 그러나 규모가 작거나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들은 대외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이번 SVB 파산 사태로 드러났다.

아울러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월11일 김성주 의원은 국감에서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주고 업무 영역을 확대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어도 재판 결과는 나와야 시중은행 전환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경쟁구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리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금융감독당국도 법과 규정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경쟁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작심발언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높아진 대출이자에 대한 취약차주들의 불만을 대변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연일 얻어맞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취약차주 고통 분담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상생금융’과 ‘포용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금융권의 노력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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