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즉석밥 등서 CJ 경쟁사 상품 판매 늘려
“해외 투자 지속 상황에서 국내 손실 감수 안 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CJ제일제당과 쿠팡의 홀로서기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납품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지 1년여가 흘렀지만 타협 소식은 아직이고, 각자 독자노선으로 온라인 매대를 꾸리고 있다. 업계에선 수익성을 양보할 수 없는 대내외 상황이 이 같은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최근 신세계와의 연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공동으로 기획한 ‘폭신 왕만두’, ‘스팸 토마토 디트로이트 피자’, ‘스팸 튀김’, ‘쭈곱새’(밀키트) 등의 혁신 제품 5종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 6월 파트너십 체결 이후 CJ제일제당의 신제품을 신세계 유통 3사를 통해 선론칭한 경우는 있었으나, 제품 콘셉트 개발 등 기획 단계부터 양사가 협업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의 신제품 등을 신세계 유통 3사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신제품 역시 2개월간 신세계 채널을 통해서 먼저 판매된 이후 다른 유통채널로 판매처를 넓혔다.
물론 CJ제일제당은 신세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와 여러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CJ가 지난해 말부터 쿠팡에 햇반 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기업들과는 협업을 늘리고 있어 업계에서는 새로운 연합 상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시선이 짙었다.
쿠팡도 비슷한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의 경쟁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각종 프로모션을 이어갔다. 특히 즉석밥 분야에선 하림 ‘더미식’과 ‘오뚜기밥’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쿠팡은 지난 7월 CJ제일제당이 빠지면서 되레 중소업체들의 상품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쿠팡 측은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 한 무수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전례 없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쿠팡과 CJ 간 냉전이 길어지면서 양 사가 다시 손잡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의 내년 사업계획서에는 쿠팡 매출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역시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공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대체 상품 찾기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데는 양 사의 수익성 확보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CJ제일제당은 납품 가격 협상 과정에서 쿠팡이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까지 가격을 후려쳤다고 주장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맞섰다. 두 기업이 모두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실을 다지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 쪽의 양보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쿠팡과 CJ제일제당 모두 해외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만큼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쿠팡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만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대만에 두 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열었고, 내년 상반기 중 3호 풀필먼트센터도 오픈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역시 김치와 만두 등 대표 제품을 내세워 미주, 유럽 등 지역을 한창 공략하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이커머스 모두 국내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해외 신시장에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며 “국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회사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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