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욱 “굿소사이어티, 제주 돌담처럼 서로 달라도 지탱해주는 것”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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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욱 “굿소사이어티, 제주 돌담처럼 서로 달라도 지탱해주는 것” [북악포럼]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11.23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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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43) 국민의힘 지상욱 前 의원
“미래 정치 지향점, 좌우 가치 아닌 공동체 위한 희생정신”
“보수와 진보, 적대적 관계 아냐…양측 파트너십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국민의힘 지상욱 전 의원이 21일 북악포럼에서 강의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국민의힘 지상욱 전 의원이 21일 북악포럼에서 강의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국민의힘 지상욱 의원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톱스타 심은하의 남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만난 지상욱 의원의 존재감은 결코 그에 가려지지 않았다. 

지 전 의원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만나 정계에 발을 디뎠다. 이회창 총재의 공보특보와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어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선진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낙선하고 말았다. 지 전 의원은 “태어나서 선거라고는 국민학교(現 초등학교)시절 반장 선거에 나간 게 전부였다”며 낙선했던 경험을 웃어넘겼다.

이후 지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 입당해 20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해 현역이었던 국민의당 정호준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탄핵정국을 경험하며 바른정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돌아왔다. 2020년에는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원외인사면서 동시에 실무에 밝아 당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이날 ‘굿 소사이어티로 나아가는 길’라는 주제로 북악포럼 연단에 오른 그는 본 강연에 앞서 자유선진당 시절 5대 지선에서 낙선했던 경험이 각성의 계기가 됐다고 소회했다.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 해보고 처음 나온 선거였습니다. 굉장히 떨렸고 무서웠고 자원도 없었는데, 그 선거를 치르면서 제가 모르던 세상을 만나게 된 겁니다. 그래서 공부했습니다.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내가 몰랐던 세상은 어떻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공부 끝에 2011년에책을 하나 냈습니다. <굿소사이어티>라는 책인데요. 거의 안 팔렸습니다(웃음). 친구랑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지금은 이제 한 서네 권 갖고 있는데요. 책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지 전 의원은 제주도 돌담에 비유하며 설명해 나갔다.

“제주도 돌담은 못을 박거나 철사를 엮어가지고 세워놓는 담이 아닙니다. 자연적으로 큰 돌과 작은 돌을 서로 맞물려 세우는 겁니다. 아무리 큰 돌도 작은 돌의 어깨를 나누고 빌리지 않으면 바로 설 수 없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입니다.

바람이 센 제주도의 태풍을 막아내는 돌담은 큰 돌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작은 돌한테 함께 우리 손 잡고 스크럼을 짰기 때문에 그 바람을 이길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이 굿소사이어티의 큰 정신입니다.”

책을 찾아보니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푸는 해법이 필요하고, 그 대안으로 시민사회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개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말처럼 뜻을 모아 공동 대응해나가는 것에 의의가 있는 듯 보였다.   

지 전 의원은 강연을 듣는 청중에게 집필할 당시 인용했던 제프 딕슨 전 호주 컨터스 공항 CEO가 쓴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졌고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작아졌다.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없어졌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졌다.
전문가들은 늘어졌지만 문제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나빠졌다.

지 전 의원이 어떤 정치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가 함께 일을 했던 정치적 어른이 계시는데, 이건희 삼성 회장을 만나서 ‘삼성이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니까 일감 몰아주기, 상속 문제 등을 선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빨리 하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그러나 그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고 삼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죠. 그다음에 안철수라는 분이 정치권에 등장을 합니다.

안철수 의원이 안랩을 운영하면서 젊은이들한테 1조 원 상당의 안랩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죠. 그 당시 시대정신은 현대가에서 5000억 원을 만드니까 삼성은 8000억 원의 재단을 만드는 등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니면 자산을 베푸는 기업가로서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전 의원의 컴퓨터 백신 제공도 그와 같은 시대 흐름에 맞물려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분이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요. 시대 상황에 그런 게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지 전 의원은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것을 정리한 표를 화면에 띄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 대한민국이죠. 플러스는 긍정지표, 마이너스는 부정지표 인데요. 우선 긍정지표를 보면 △종합 경제력은 세계 9위에서 11위 △군사력 세계 6위 △기술경쟁력 4위 △문화·소프트 파워 1~2위 △교육수준 9위 △기업가 정신지수 7위로 나옵니다. 

반대로 부정 지표를 보면요. △OECD 36개국 중 정치 포용성 지수 32위입니다. 꼴찌에서 네 번째죠. △사회 포용성 지수 26위 △국민 행복지수 59위 △갈등지수 세계 3위 △노인 빈곤율은 43.8% △출산율 OECD 꼴찌인 0.76%죠. 긍정지표와 부정지표가 극명하게 나눠져 있는데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저 긍정지표가 대한민국을 견인해 나가려면 부정지표를 줄여나가는 노력과 사회의 변혁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지상욱 전 의원이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국민의힘 지상욱 전 의원이 강연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결국, 지 전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 정치의 지향점은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힘이 없어서 억울한 일로 눈물 흘리는 사람을 지켜주고, 여유 있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한테 예의를 지키고 겸허하게 사는 그런 모습이 필요합니다. 지위를 막론하고 법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엄정하게 집행되는 것이 굿소사이어티라고 생각합니다. 당의 이름이나 진보 혹은 보수의 이념보다는 누가 국민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이 나라의 미래 정치 지향점의 승부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정치에 실망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하나 말씀드릴게요. 제가 여의도연구원장 하면서 몇 가지 세미나를 강행한 게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5·18 묘역 가기 전 얘기인데요.

저희 아버지는 6·25 참전 용사국의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입니다. 5·18 피해자 단체 회장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하자고 했더니 연구원들이 ‘그걸 왜 우리가 하냐’며 거절합니다. 우리 역사의 비극인데 우리가 그분들께 직접 얘기를 들어봐야 되지 않겠냐,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일단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래도 안 했습니다. 결국 시기를 놓쳐서 못했어요.”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지 못내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편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보수정당이 민주당 보다 먼저 나서 노동자 권익보호에 나섰던 보람찬 때도 상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근데 보수 정당은 무조건 재벌 편, 기업 편이라는 프레임에 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현장에서 1년에 사고로 죽는 사람이 몇 명인지 아세요?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2년 전 데이터를 보면, 매년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000여 명입니다. 2인 1조로 일하는 것이 원칙인데 돈이 든다는 이유로 한 사람만 일을 시켜요. 노동자가 혼자 일하니까. 수습할 수 없어서 사고를 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보수는 헌법 정신을 지키는 거다, 헌법 정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거다, 돈 벌어 가족들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는 거 아니냐 하고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위원장, 저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처음 대표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당시 원내대표를 불렀습니다. 19대 국회 때 우리가 법안을 지키지 못해서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도 했습니다. 저는 이념을 떠나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섰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굿소사이어티가 무엇인가. 우리가 좋은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디에 중점을 둬야 되는 것인가. 당이 다르면 다 증오의 정치를 해야 되는 적인가? 그런 거 아니지 않습니까. 보수와 진보는 적이 아닙니다. 파트너입니다.

아무리 큰 돌도 작은 돌의 어깨를 나누고 빌리지 않으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많은 분들과 어깨를 빌리고, 나누고 생각이 달라도 마음이 같을 수 있고 마음이 달라도 생각이 같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배들이 우리를 견인해 갑니다. 저희는 그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후배들을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면서 지켜봐주면 되는 게 기성세대라 보고 우리 정치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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