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만 잡아 놓고 심판하자고? 국민은 바보 아냐” [설 민심③-60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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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만 잡아 놓고 심판하자고? 국민은 바보 아냐” [설 민심③-60대 이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2.1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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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유권자, 정부여당 지지세 뚜렷
“아무것도 못하게 해놓고 심판? 어불성설”
윤 대통령 KBS 특별대담 반응은 엇갈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맞아 전통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맞아 전통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두 달 남겨둔 가운데, 설 민심이 주목된다. 지난해 말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변화를 꾀한 국민의힘은 ‘86 운동권 청산론’을 내걸었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정권 심판’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둘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언론과의 소통을 피해 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한 방송사와 90여 분간 대담을 가졌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야당과의 관계 설정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시사오늘>은 설 민심 이슈로 두 가지를 택했다. △ ‘86 청산론 vs 정권심판론’ 무엇이 우세할까 △ 윤석열 대통령 대담에 대한 평가다. 지난 8일부터 설 연휴 기간 시민들의 민심을 들어봤다. 20·30세대→40·50세대→60대 이상 순으로 전해본다.

 

“정권 심판론 말도 안 되지만…86 청산론보단 민생 살피길”


전통적으로 60대 이상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2월 1일~2일 수행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60대의 47.3%, 70대 이상의 56.0%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0대에서 40.5%, 70대 이상에서 32.0%에 그쳤다.

<한국갤럽>이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실시해 2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60대의 47%, 70대 이상의 65%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과 달리 60대의 30%, 70대 이상의 18%만이 민주당을 지지했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60대 이상의 국민의힘 지지 성향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실제로 설 연휴 동안 <시사오늘>이 만난 60대 이상의 수도권 유권자들 역시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다만 ‘정권 심판론’에 부정적이었을 뿐, ‘86세대 청산론’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우선 경북 출신으로 20대에 상경해 서울에 정착한 70대 남성 김모 씨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에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뭘 했다고 정권을 심판하나. 2년 동안 민주당이 아무것도 못하게 막지 않았나. 대통령이 일을 하게 해주고 잘 못하면 정권을 심판하자고 해야지,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여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노동개혁만 해도 그렇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노동개혁 안 하면 나라가 발전을 못한다. 그런데 민노총이 민주당을 장악해 놓으니까 윤석열 정부가 뭘 좀 하려고 하면 발목만 잡았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 아닌가.”

전남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서울로 왔다는 60대 남성 김모 씨는 ‘86세대 청산론’에는 공감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외치는 것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는 86세대 청산론에는 공감을 못 하겠다. 그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운 덕분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처럼 검찰이 설치는 상황에서는 아직도 86세대가 할 일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재명이다. 음주운전 전과자에 의혹도 넘쳐나고 자기 형수한테 쌍욕하는 걸 전 국민이 다 들은 이재명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고 하는 것도 웃긴 얘기다. 범죄자가 검찰을 심판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이재명 때문에 민주당을 못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권을 심판하자고 할 거면 이재명부터 물러나야 한다.”

충북 출신으로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박모 씨 역시 ‘정권 심판론’은 비판하면서도 ‘86세대 청산론’에는 그리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잘하고 있지 않나. 문재인이 망쳐놓은 거 이제 좀 정상이 되는 거 같은데 뭘 심판하자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문재인이 나라를 망쳐놔서 윤석열 대통령이 뽑힌 거 아닌가. 민주당이야말로 대선에서 심판을 당한 건데 대선 지고도 대통령 아무것도 못하게 해놓고 뭘 심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86세대 청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86세대 청산론은 솔직히 공감이 별로 안 간다. 한동훈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86세대가 어떻고 하는 거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고 하면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우리 회사 젊은 친구들은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는 경우도 많다. 월급 빼고 다 올라서 살기가 팍팍한 이런 마당에 86세대 청산론이니 뭐니 하는 건 별로 안 와 닿는다.”

 

“윤 대통령 특별대담 아쉬워”…‘인간적 면모’ 드러났단 평가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공통적으로 정권 심판론에 비판적이던 60대 이상 유권자들도 지난 7일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특별대담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우선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김모 씨는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시원하게 사과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지.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사과했으면 민주당에서 또 불법이니 뭐니 하면서 총선 때까지 (논란을) 끌고 가려고 했을 테니 사과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해는 된다. 근데 그러면 차라리 방송을 안했으면 낫지 않았을까.”

또 다른 60대 남성 김모 씨는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용산으로 옮기는 게 국민들하고 소통하려고 그런 거 아닌가. 어떻게 된 게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들보다 (소통이)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들 불러서 질문 받고 민감한 부분도 대답하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KBS 기자 한 명 불러놓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김건희 명품백도 사과를 안 하던데,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거지. 공정 공정 하지 않았나. 검찰이 민주당 사람들 탈탈 터는 것처럼 자기 부인한테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대통령 가족들은 잘못을 해도 조사도 안 받고 일반 국민들이나 반대편(민주당)에 있는 사람들만 공격하는 게 공정인가.”

물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도 있었다. 60대 여성 박모 씨는 이번 특별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더라. 국가를 위해서 잘 해보려고 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정치를 안 하고 검사를 하다가 바로 대통령이 돼서 그런지 우리가 봤던 정치인들하고는 다르게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동안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는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겨서 하고 싶은 걸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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