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보다 '가치' 우선하는 양당정치체제 비판
"검찰개혁 외치는 조국신당, 잘못된 정치길 가고 있어"
"기후위기 등 목소리내야…진보 목소리 소멸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한국 정치사에서 거대양당은 민생이라는 먹고사는 문제보다 가치문제를 늘 최우선적으로 내세웠다. 지금의 정치도 김건희 가방, 대장동 등 민생과 동떨어진 가치문제를 논하고 있다. 창당 20일만에 돌풍을 일으킨 조국신당은 한동훈 특검을 얘기하고 있다. 한동훈 특검이 우리의 민생과 밀접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인 녹색정의당 양경규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에서 열린 <북악정치포럼>에서 ‘22대 총선과 진보정치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양 의원은 국내 정치의 근본적 문제로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속에서 민생 해결을 위해 질문을 던지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양 의원은 “사람들은 정치를 얘기할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잘먹고 잘살게 해주는 게 정치라고 얘기한다”며 “냉정하게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행복하는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국정치의 양당 역시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양 의원의 진단이다. 양 의원은 양당이 발의하고 통과시킨 감세법안을 사례로 들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에서 발의 통과된 감세법안은 211개, 이 가운데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은 107개에 달한다.
이처럼 부자중심의 체제속에서도 정작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양 의원은 가치문제를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왜 가난한 사람은 왜 투표를 부자들에게 할까?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계급적 조건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이데올로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보수정당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가치문제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내 진보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 역시 이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친일문제 등 민족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친일파는 안된다’는 논리가 작동한다. 반일감정을 내세워 민생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다”면서 “잘 살고 못 살고의 계급문제가 아니라 한국사에 흐르는 가치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성평등 문제와 페미니즘을 건드려 청년층 가치문제를 건드리는 등 기존 보수정당은 이처럼 가치문제, 윤리문제를 끊임없이 들고나오고 있다. 여기에 민생은 없다”고 꼬집었다.
1인 유튜버 등 미디어환경이 확대되면서 이같은 정치흐름이 더 강해졌다고 봤다. 그는 “미디어분야의 새로운 형태, 1인 유튜버부터 시작해 가짜뉴스를 끊임없이 양산할 수 있는 구조가 사람들을 개인화시키고 있다”며 “오늘날 정치는 필연적으로 강한 당파성을 지닌 시민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조국신당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양 의원은 “한동훈 특검을 주장하는 조국신당이 창당 20일만에 지지율이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세계정치사 어디를 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며 “한동훈 특검이 우리 국민이 잘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조국신당 제1강령이 ‘우리는 검찰개혁을 위해 행동한다’이다. 특정정당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정치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를 각각 위성정당과 그 부작용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양 의원은 “잘못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우주쓰레기가 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잘못 쏘아올린 21대 위성정당도 마찬가지”라며 “당시 위성정당 중 지금 이름을 그대로 유지해 남아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해서 양당체제를 21대 국회 내내 유지하면서 한국 정치체제, 한국의 경제성장을 망쳐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국신당 돌풍이 이어질 경우 결과적으로 기득권인 양당이 30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조국신당 지지자들은 아니라고 믿고 싶겠지만, 조국신당은 선거 이후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민주당과 정리가 될 것”이라면서 “저는 그렇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당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사이 진보정당은 오히려 활동이 위축됐다. 양 의원 역시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사회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만 남아있다. 21대 국회에서 그래도 노란봉투법을 포함해서 중소상공인 부채 문제, 성평등, 여성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던 진보적 목소리가 22대 국회에서 단 한마디도 안들릴 수 있다”며 “제가 걱정하는 건 정의당의 소멸이 아니라 한국에 있어서 진보가 정치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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