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서 태권도 ‘대한민국 국기(國技)’ 지정…의원 225명 발의
“214개 국가 태권도 협회·수련생 2억 명…국내 관심 부족 아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20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태권도복을 입고 나타나 모두의 이목을 끈 인물이 있었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국기원장으로서 ‘국기태권도’를 세계에 알리는 데 한창인 이동섭 국기원장 이야기다.
<시사오늘>은 12월 5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이 원장이 말하는 ‘국기 태권도 민간 외교’에 대해 들어봤다.
195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이 원장은 태권도 공인 9단 소유자로 경찰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40대에 정계에 뛰어들었다. 두 차례의 낙선과 여러 어려움 끝에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12번을 배정받아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 원장의 ‘태권도 사랑’은 국회의원이 돼서도 각별했다. 이 원장은 태권도를 대한민국 공식 국기로 지정하고 법제화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2018년 3월 대표 발의한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3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태권도로 한다’고 명시됐다.
“무궁화가 국화이고 애국가가 국가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관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지 법·제도상으로도 규정된 것은 아닙니다.
태권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태극기는 국기(國旗)로써 ‘대한민국국기법’에 의해 제작·게양·관리 사항 등이 규정됐지만, 태권도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 원장은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태권도를 국기로 지정하고자 하는 이유로 ‘중국의 태권도 동북공정 대응’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를 들며 국회를 설득했다.
당시 이 원장은 ‘일본의 가라테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반면 우리 정부의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보존·육성을 위한 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정부 차원의 태권도 지원 및 육성을 주장했다.
이 원장은 또한 “중국이 태권도는 소림사 달마대사가 창시한 중국의 고유무술로 홍보하고 있으며, 중국 자체적으로 태권도 단증을 발급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 국기원을 설립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태권도 모국으로서의 지위가 위협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때문에 “법률로 국기를 지정해 정통성을 부여하면 중국의 태권도 동북공정에 따른 분쟁 소지를 조기 차단할 수 있다”고 국기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이 원장이 속해있던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민주평화당 소속 의원 225명이 해당 개정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태권도는 대한민국 국기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제가 하려는 일을 두고 안된다고, 하지 말자고 말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강력한 의지와 설득력의 결과였습니다. 머리로 된다, 안된다 계산하기보다 마음을 먹으면 의지를 밀고 나가야 합니다.”
2018년 4월 태권도 국기 지정을 기념해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에서 8200여 명이 태권도 품새 시연을 선보여 ‘단일 종목 최다 품새 시연’으로 월드 기네스에 등재되는 일도 있었다.
이 원장은 당시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일본이 도쿄에서 4000명을 동원한 가라테 시범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일이 벌어지자, 이 행사를 주최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지난 2023년 3월에는 광화문에서 국기 태권도 지정 5주년을 기념해 1만2000여 명이 태권도복을 입고 태극 1장을 단체 시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행사는 종전 월드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20대 국회 의정활동 내내 국기태권도 위상을 높이는 데 솔선한 그는 16대·17대 국기원장에 연이어 당선되며 태권도 세계화·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원장은 국기원장에 취임한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에게 태권도 명예단증을 수여하고, 몽골정부로부터 몽골 대통령경호실, 국정원, 특수사령부에 태권도 사범을 파견해 실전태권도를 보급한 공로로 외교훈장을 받기도 했다. 민간외교관으로 태권도는 물론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고 있는 셈이다.
이 원장은 “214개 국가에 태권도 협회가 있고, 수련생은 합치면 약 2억 명으로 추산된다.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이기도 하다. 태권도가 굉장히 위대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외교, 관광, 교육, 스포츠 산업 영역 등에 태권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2억 명의 인프라로 이어지는 엄청난 브랜드”라며 태권도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국기원 건물은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노후화됐다며 ‘제2국기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를 국기로 만든 장본인으로서, 제2국기원 건물은 소림사보다 더 멋지게, 글로벌 조직에 걸맞게 지어야 한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경기 용인시 처인구(현재 용인시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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