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생보사 카드납 지수 3.8%…전분기比 0.3%p↓
한화·교보생명, 카드납 0건…삼성생명도 일부만 허용
사업비에 카드수수료 포함하면 보험료 인상 불가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보험료 카드납을 둘러싼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보험료 결제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이 커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립하기 때문인데요.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험료 카드납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을 불러오는거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보험업계에 정통한 사람들은 “결국엔 고객이 이익을 보는 구조로 가야 하는데 보험료 카드납은 고객이 이익을 보기 힘든 구조”라며 “누구를 위한 소비자 편익인가”라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카드납 지수는 올 1분기 기준 3.8%로 지난해 4분기(4.1%) 대비 0.3%p 하락했습니다. 카드납 지수는 보험 계약자가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지난 2018년부터 금융당국이 카드납 지수를 공시하기 시작했지만 생보사 카드납 지수는 여전히 3~4%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사의 올 1분기 카드납 지수도 30.5%로 생보사보다는 높지만 전분기(30.7%)보단 0.2%p 하락했습니다. 손보사들도 1년만기 자동차보험이나 홈쇼핑 및 전화채널로 판매를 주력하는 회사의 경우만 자체적으로 보험료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보사들은 보험료 납입이 일시적인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보험료 자체가 높은 편이라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20년납부터 건당 보험료 100만원짜리 상품도 많은데 여기서 전부 수수료를 떼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보 ‘빅3’중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카드결제를 단 한건도 받지 않고 있으며, 삼성생명도 순수보장성 상품에 한해 삼성카드 결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험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결제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합니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카드포인트 적립이나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보험사가 카드수수료를 사업비에 녹이게 되면 결국 고객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카드사가 수수료로 버는 돈이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입니다. 또한 카드납의 개념은 이번달 소비를 다음달에 갚는 형식입니다. 가령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20년납 상품을 20년1개월납으로 만드는 효과밖에 없는 것이죠. 어차피 다음달에 내야 하는 보험료 외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설명입니다.
보험료 카드납이 보험 개념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에선 카드납으로 저축하는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종신보험, 연금보험을 카드로 결제하는건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인데 저축을 빚내서 한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관점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보험료 납부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놓으라는 주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비자에게 카드납을 할지말지 선택권을 주라는 겁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산정할때 같은 연령, 같은 성별이 가입하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납부방식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측정하긴 어렵다”며 “설령 수수료에 따라 보험료에 차등을 두더라도 보험료가 더 비싼 결제방법을 선택할 소비자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한 보험사는 과거 보험료 카드납을 허용한 적이 있지만 이를 선택하는 사람은 5%도 채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카드납은 할인율도 떨어지고 그만한 수수료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겁니다.
이처럼 보험료 카드납 갈등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험사들이 수수료가 아까워서 카드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죠. 해묵은 보험료 카드납 갈등, 이제는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갈등으로 전락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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