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공세에도 왜 한동훈 지지율은 굳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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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공세에도 왜 한동훈 지지율은 굳건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7.17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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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정치적 입장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정치 영역에선 확증편향 작동할 가능성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후보(좌)와 원희룡 후보(우).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후보(좌)와 원희룡 후보(우).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경쟁 후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거친 ‘검증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읽씹(읽고 무시)’ 문제부터 제22대 총선 당시 한 후보 가족과 측근들이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 심지어 한 후보가 ‘좌파’라는 주장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동훈 대세론’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 후보가 36%를 얻어 나경원 후보(17%), 원희룡 후보(10%), 윤상현 후보(7%)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 후보 45%, 나 후보 15%, 원 후보 12%, 윤 후보 3%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 한 후보 지지율이 3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종 검증 공세에도 한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7%포인트나 더 오른 겁니다.

그렇다면 여러 의혹에도 왜 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굳건한 걸까요. 제기된 의혹 자체가 명확한 근거 없는 설(說)에 불과하다는 점도 있고,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낀 이유도 있을 겁니다. 한 후보의 해명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느낀 사람들도 많을 테고요. ‘미래 권력’ 이미지가 주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밖에도 흥미로운 분석이 하나 있습니다. 애초에 네거티브는 선거 판도를 바꾸는 데 그리 유용한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 후보에 대한 보수 유튜버들의 비판이나 ‘문자 읽씹’ 논란,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영향을 받아 표심을 바꿀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논거는 이렇습니다. 2016년 12월판 네이처 사이언틱 리포트(Nature Scientific Reports)에는  Neural correlates of maintaining one’s political beliefs in the face of counterevidence(반대 증거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유지하는 신경 상관관계)라는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미국 남가주대 요나스 카플란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인간이 정치적 신념과 배치되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정체성을 숙고하고 위협을 느끼는 뇌의 영역과 동일한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쉽게 말해, 정치적 신념에 대한 공격을 곧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이는 정치 영역에서 ‘확증 편향(자신의 견해가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만, 자신의 견해를 반박하는 증거는 찾으려 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향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A후보에 대한 부정적 정보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정치적 입장을 바꾸기보다 정보 자체를 ‘가짜뉴스’ 혹은 ‘정치적 음모’로 치부해버리는 거죠.

이 연구에 따르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설사 그 증거가 사실이라도 쉽게 입장을 바꾸지 않습니다. 하물며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이라면 결과는 뻔합니다. ‘억지주장’ 혹은 ‘가짜뉴스’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겠죠. 한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네거티브만으로는 ‘대세론’을 꺾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물론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닙니다. 당내 선거에서는 ‘이미지’만큼이나 ‘조직력’이 중요합니다. 당장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김기현 후보가 대역전극을 이뤄낸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한 후보에게 불리한 여러 의혹을 제시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대세론’의 영역에 들어선 한 후보의 질주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쯤 되면 2위 후보들도 전략 변경을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2%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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