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IR 일정의 속내…거기에도 노림수가 있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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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IR 일정의 속내…거기에도 노림수가 있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7.2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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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 기록할수록 타 그룹보다 일정 당겨
통상 KB금융 실적발표뒤 他금융그룹 IR 발표
지난해 1분기 역대급 호실적 우리금융 최선두
올해 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順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4대 시중은행 모음 ⓒ 시사오늘
4대 시중은행 본사 사옥 모습. ⓒ 시사오늘

KB금융지주가 올 2분기 실적발표(IR) 날짜를 23일로 낙점하면서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신한지주(이하 신한금융)와 하나금융지주는 26일 같은날 IR에 나섭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보다 하루 앞선 25일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금융지주간 실적발표일이 단순히 의례적인 형식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물밑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내 금융지주 투톱(Two TOP)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은 2017년까지만해도 대체로 같은날 실적 발표를 해왔습니다. 실제로 2016년과 2017년 1분기 IR 일정은 각각 4월21일과 4월20일로 두 금융지주가 같은날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2018년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하루 앞선 4월19일 열더니 이듬해에도 신한금융보다 먼저 실적발표를 하면서 고착화됐습니다. 2018년은 KB금융이 신한금융으로부터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해(2017년 연간 실적 기준)입니다. 이후 신한금융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리딩금융 자리 쟁탈전이 심화됐지만 KB금융은 여전히 신한금융을 비롯한 타(他) 금융그룹보다 한발 빨리 실적발표를 해오고 있습니다. 리딩금융으로의 입지를 다지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IR일정과 얽힌 이같은 흐름이 최근 깨진 적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1분기 IR입니다. 당시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실적발표일로 4월27일을 낙점했지만 우리금융이 매우 이례적으로 4월24일로 앞당겨 진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 즉 시장의 예상치를 상당히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임종룡 회장이 취임(2023년 3월24일)한 뒤 불과 한달 후 열리는 IR이었기에 임 회장의 발언 하나 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컨퍼런스콜에서는 임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우리금융 경영방향에 대해 밝히기도 했죠. 우리금융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에 IR 일정을 잡고 여기에 임종룡 회장의 데뷔 무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언론의 집중을 더욱 받은 사례가 됐습니다.

이처럼 금융지주의 IR 일정은 단순히 실적을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의 판도 변화, 그리고 호실적 여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4대 금융지주 IR 일정에서 주목할 부문은 KB금융의 실적 회복세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KB금융의 올 2분기 IR일정은 다른 금융그룹보다 3일이나 앞섭니다. 보통 하루나 이틀 먼저 열던 예년보다 더 일정을 앞당긴 셈이죠. 그만큼 올 2분기 실적에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KB금융 다음 차례로 IR에 나선 우리금융의 올 2분기(상반기) 성적표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어닝 서프라이즈급의 호실적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타 금융지주의 실적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홍콩ELS 사태에서 자유로운 우리금융이 예년과 달리 이른 일정으로 IR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또한 최근 추진중인 M&A와 관련해 이번 IR에서 임종룡 회장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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