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양자 회담에 나선다. 지난 2021년 7월 송영길·이준석 대표의 회담 이후, 3년여만이다. 회담은 본래 25일에 예정됐지만 이 대표의 코로나 판정으로 순연됐다. 그러나 양측 실무진은 일정 재조율과 의제에 대한 물밑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은 첫 대련인 만큼 ‘채상병 특검법’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의제 선정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협상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한 대표가 제시한 회담 생중계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1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당은 물론 대통령실 전부를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자기 의제가 없어서 ‘정치 쇼’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같은 날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다 보니 회담 생중계 소리를 다 듣다니 구덕구장 야구게임인가. 월드컵 평가전 축구시합인가”라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여당 내 일부에서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21일 MBC<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회담 생중계는 안 한다. 대선 TV토론 1차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라며 “이게 무슨 이벤트로 하는 것도 아니고, 회담이라는 게 결론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할 것도 있고 밖에다 얘기 못 할 것도 많다. 그게 협상”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기류에도 한 대표가 TV생중계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추측이다. 한 대표는 취임 한 달 동안 당내 인사 선임을 비롯해 ‘특검법 발의’, 의대 증원이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주요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시점에서 야당 대표와의 회담 같은 전국민적 이벤트를 통해 주목도를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에 “한 달이면 평가하기가 어렵잖아요. 인사 문제 정도 외에는. 그런데 인사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무슨 인상적인 인사는 없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 조급하게 서두른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배종찬 인사이드케어 연구소장도 같은 날 TV조선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주목도가 대통령실 쪽으로 갈 것”이라며 “최근 차기 정치지도자 여론조사도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로 민주당 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 대표와 1:1구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내에서 이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당내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수 정치평론가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와 차기 대권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며 “이 대표의 상대는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뢰가 없어서 그렇다. 지난번 영수회담 당시에도 이재명 대표가 나오자마자 종이를 읽는 모습을 보였다”라면서 “회담이 끝나고 서로 다른 말들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까놓고 하자는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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