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티메프 마케팅’ 활활
알렛츠 등 중소 플랫폼은 되레 서비스 종료 늘어
“이제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은 ‘신뢰성’이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이커머스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기존 대형 이커머스들은 ‘티몬·위메프(티메프)’ 고객을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선 이커머스 비즈니스모델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제2의 티메프’가 나올거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11번가·롯데온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용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셀러 대금 미정산으로 물의를 빚은 이른바 ‘티메프 사태’ 여파로, 기존 티메프 고객들을 대형 이커머스가 흡수하면서다.
먼저 지난달 11번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33만명으로 전월 712만명보다 약 20만명(2.9%) 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로 보면 티메프 결제 기능이 중지된 지난달 24일 이후 11번가의 DAU는 114만명에서 160만명으로 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롯데온 DAU는 27만명에서 32만명으로 20%가량 불어났다. GS샵 역시 DAU가 약 1% 소폭 증가한 108만명을 기록, 반사 이익을 봤다.
‘티메프 위기’가 이들에겐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대형 이커머스들은 안정성을 앞세워 ‘티메프 마케팅’을 펼치는 등 노를 확실히 젓는 모습이다.
11번가 경영진은 같은날 티메프 피해자모임인 ‘검은우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회사는 정산금을 받지 못했음에도 구매자들에게 상품을 배송한 판매자들의 상품을 모은 ‘안심쇼핑 착한기업 기획전’도 다음달 8일까지 진행한다.
G마켓도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80% 인하한 4900원에 선보이는 이벤트를 진행, ‘탈티메프’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G마켓은 8월 한달간 금융사와 손잡고 판매자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거나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 슈퍼딜’ 행사도 진행중이다.
이처럼 대형 이커머스가 선전하는 동안 중소 플랫폼들은 경기침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문을 닫는 중소 플랫폼이 늘고 있어 ‘제2, 제3의 티메프’들이 계속해서 나올거란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가구·가전 쇼핑몰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알렛츠는 “부득이한 경영상의 사정으로 오는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알렛츠를 운영하는 인터스텔라 박성혜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불과 2~3일전만 해도 어떻게든 잘 버티면 '티메프'로 시작된 여러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최근 마지막 투자유치가 지난 15일 최종 불발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바보사랑’도 지난 6월말 영업을 중단했고, 지난달엔 생활용품 쇼핑몰 ‘1300K’와 공동구매 사이트 ‘사자마켓’도 서비스를 줄줄이 종료했다.
또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와 가구플랫폼 ‘오늘의집’도 자본잠식 규모(지난해 기준)가 각각 –543억원, -7989억원 수준에 달한다. 다만 이들은 투자금 유치 예정이라거나 회계상 착시현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일각에선 이커머스 플랫폼의 비즈니스모델이 고질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이커머스가 재무구조가 취약해 투자금으로 연명하거나 신규 매출로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 정산 방식을 택하고 있어 언제든 또 다른 티메프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는 계속 어려워지는데 시장내 플레이어가 늘면서 무리한 투자와 과도한 마케팅이 불씨를 키웠다”며 “앞으로 이커머스들에게 ‘신뢰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우명 : Enivrez-v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