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부채, 유동자산의 2배 넘어…유동차입금 대부분 단기차입금
크레버스 “장기차입금 롤오버…자사주 매도해 단기차입금 낮출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교육 기업 크레버스가 본연의 사업에서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둔 탓에 현금창출력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현금창출력이 줄면서 재무건전성도 다소 악화됐는데, 특히 단기차입에서의 부담이 커졌다.
회사는 자사주 매도를 통해 단기차입 규모를 줄일 수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밸류업으로 인한 주주환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실제 매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4일 크레버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법인세 납부로 인해 20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한 탓도 있지만,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이 100억원 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크레버스의 현금창출력은 최근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2021년 말 582억원이던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흐름은 지난해 말 467억원으로 20% 줄었다.
문제는 줄어든 현금창출력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다. 현재 크레버스는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더 많은 상황에 놓여있다. 올 상반기 크레버스의 유동부채는 1291억원인 반면, 유동자산은 508억원이다. 유동부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고, 유동자산은 8% 줄었다. 이 기간 비유동부채가 줄고, 유동부채가 늘었다는 점에서 일부 비유동부채의 상환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자연스레 유동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크레버스 관계자는 “장기차입금 중 상환기간이 도래해 유동부채가 된 부채는 대부분 롤오버(만기 연장)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다시 장기로 잡힐 것이기에 당장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유동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동차입금 대부분이 단기차입금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크레버스의 유동차입금 786억원 중 526억원이 단기차입금이다. 여기에 60억원의 유동성장기차입금을 포함하면 크레버스의 단기차입금은 사실상 586억원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손에 쥔 현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회사 측에서는 단기차입금이 현금 지급 능력을 웃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사주 처분을 통해 해결 가능한 수준이라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회계상의 순차입금에 대한 회사의 부담은 없다. 자사주 매도는 향후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사안이지만,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를 100억원어치만 팔아도 부채비율은 200% 후반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며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도 차입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는 건 (금융기관 측에서) 자사주 매도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말 기준 크레버스가 보유한 자사주는 290만2573주(상장주식 수 대비 25.6%)다. 이날 종가로 매도할 시 447억원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유사 시 단기차입금을 100억원대까지 낮출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자사주 매각은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수차례 나눠 매도하더라도 주가 하락이 발생해 수중에 들어오는 현금은 447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자사주 매입 후 매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배당주로 분류되는 크레버스가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걷는 무리수를 둘 수 있을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결국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실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크레버스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3억원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어든 액수다.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인건비 등 나간 비용이 증가하면서다.
크레버스는 향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유아교육 사업 외 중국과 일본 등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유의미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해외 매출액은 1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8%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회사는 향후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크레버스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인력이) 직접 나가는 게 아닌,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매출은 100% 이익으로 잡힌다”며 “기존에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다 이번에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돼 어느정도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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