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vs. BBQ, 승자 없는 ‘10년 치킨전쟁’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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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vs. BBQ, 승자 없는 ‘10년 치킨전쟁’ [옛날신문보기]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10.0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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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서 원수로…10여년 간 이어진 법정다툼
소송만 20여 개…“승자없는 싸움, 로펌만 수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bhc와 BBQ. ⓒ연합뉴스


최근 bhc와 BBQ의 ‘치킨 전쟁’이 한국 안방 싸움에서 글로벌 무대로 확전되고 있습니다.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로 눈길을 돌린 겁니다. 57개국에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BBQ는 올해 미국·남미 등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bhc도 올해 말까지 해외 지점을 5개국 22개 점에서 7개국 30개 점으로 늘린단 방침을 밝히면서 BBQ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bhc는 2년 연속 치킨업계 매출 1위를 지키며 국내 정상 자리를 꿰찼지만, 해외 시장에선 BBQ보다 존재감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두 회사의 맞대결은 하루 이틀 새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지난 10여 년간 20여 차례 소송전을 벌이며 자존심 싸움을 이어온 것입니다. 두 회사의 치킨 전쟁 역사를 되짚어보겠습니다.

 

가족에서 원수로


“제너시스 BBQ그룹은 BHC에 대한 매각을 사실상 완료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시티은행을 주투자자로 하는 외국계펀드로 알려졌습니다.…(중략) 매각 자금은 주로 BBQ 해외사업 투자에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 2013년 6월 9일 <SBS Biz> 기사 중

bhc는 본래 BBQ 자회사였습니다. 2004년 BBQ가 인수해 10년간 운영하다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CVCI(현 더로하틴그룹)에 1200억 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BBQ는 bhc로 코스닥 상장을 노렸다 고배를 마시고, 이후 IPO 재추진 대신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을 택한 겁니다.

“제너시스BBQ가 주식양수도 계약 위반으로 한때 같은 솥 밥을 먹던 BHC에 최대 250억원을 물어줄 처지에 몰렸다. 제너시스BBQ가 금융감독원에 4월 초 제출한 201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BHC는 BBQ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조정위원회 중재법원에 BBQ가 최소 47억9200만원에서 최대 2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중재를 요청했다. BHC는 중재를 요청한 이유는 같은 물류회사를 사용하는 BBQ가 자사의 영업 기밀을 훔쳐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2015년 4월 30일 <조선비즈> 기사 중

결별 과정에서 중대한 사건이 터집니다. 사모펀드 측이 “BBQ가 bhc의 매장 수를 부풀려 팔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고, 결국 BBQ가 bhc에 96억 원을 배상하기에 이릅니다. 두 회사간 ‘진흙탕 싸움’ 역사의 막이 열린 겁니다.

BBQ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BHC와 공동 사용한 물류센터에서 영업 기밀이 유출됐다며 물류서비스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 등 8건 이상의 소송전이 벌어졌습니다. 총 소송가액만 1조 원에 달했습니다.

 

승자없는 ‘치킨게임’


소송은 어떻게 마무리 됐을까요. 박현종 전 bhc 회장 측이 윤홍근 BBQ 회장 측에게 ‘상품공급 및 물류용역 대금 계약 위반’을 이유로 걸었던 30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은 소가의 6.7% 정도인 200억 원 가량만 인정됐습니다. 윤 회장이 맞소송으로 박 전 회장 측에 제기한 1000억 원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최종 기각됐습니다.

“치킨프랜차이즈 라이벌 윤홍근 BBQ 회장과 박현종 bhc 회장 간 ‘치킨 전쟁’의 단초가 된 3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7년만에 양측에 상처만 남기고 종결됐다. 양 측은 서로 “승리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유일한 승자는 1,2,3심을 대리한 로펌과 변호사들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 2023년 4월 18일 <포쓰저널> 기사 중

최근까진 BBQ가 bhc ‘블랙올리브 치킨’이 ‘황금올리브 치킨’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상표권침해금지 청구 소송이 진행됐다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물고 뜯는 걸까요. 가만 보면 누구 하나 득 될 것 없는, ‘상처뿐인’ 치킨 전쟁이어서 논란을 키웁니다.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건 감정싸움을 이어갈 동안 수혜를 받는 건 대형 로펌 뿐입니다. 오르는 치킨 값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앓는 소리가 나오는데요. 의미없는 감정전에만 혈안이란 비난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BBQ 직원의 계정으로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현종(59) 전 bhc 회장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는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박 전 회장에 대해 1심 형량과 동일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유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 2024년 9월 23일 <뉴시스> 기사 중

‘닭싸움’은 계속됩니다. 아직 매듭지지 못한 소송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회장은 상고장을 제출해 3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치킨 전쟁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현종 회장이 지난해 11월 해임되면서 두 회사의 감정싸움은 시들해질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당시 bhc그룹 지주사인 GGS는 해임 결정에 대해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대표이사 변경 통한 경영 쇄신을 위한 돌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선 BBQ와 끝나지 않는 소송전과 가맹점주들과 갈등, 구설수로 인한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입니다.

‘10년 치킨전쟁’ 역사는 어떻게 끝맺을까요. ‘승자없는 싸움’으로 마무리되리란 점은 자명해보입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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